일본 대형 편의점 체인 로손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미래형 점포에 한국의 인공지능(AI) 기반 리테일테크가 적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 2위 전자가격표시기(ELS) 제조사인 솔루엠(248070)의 첨단 기술로 개별 고객이 필요한 제품을 추천하는 디스플레이가 구현됐다. 오프라인 유통 시장 규모와 영향력이 여전히 큰 일본에서 기술력이 뛰어난 국내 기업의 진출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5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리얼X테크 로손(Real×Tech LAWSON)’ 1호점이 지난 23일 도쿄 중심부인 미나토구에서 정식 개점했다. 이 점포는 현지 대표 통신사 KDDI가 기술 기획을 주도하고 로손이 운영하는 리테일테크 실증형 매장이다. 고객 맞춤형 제품을 추천하는 AI 기반 사이니지와 자동 조리 로봇은 물론 주류·담배 구매시 연령 고지를 대신하는 3D 아바타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 AI 사이니지를 공급한 기업은 바로 솔루엠이다. 사이니지는 일종의 디스플레이 광고게시판으로 유통 매장에서 점차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리얼X테크 로손에선 고객이 상품 선반 앞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사이니지에 추천 상품이 표시된다. 매장에 설치된 AI 카메라 14대가 고객 연령, 행동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상품 상세 정보와 할인 프로모션이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것이다. 또한 인기 상품이 조리되는 순간에는 타임 세일 소식이 매장 전광판에 나오게 된다. KDDI와 로손은 1호점 실증 결과를 기반으로 일본 전국과 해외에 미래형 점포를 확장할 방침이다.
솔루엠은 다수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한 경력을 인정받아 이번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솔루엠의 리테일테크가 매장 자동화와 고객 맞춤형 서비스 구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KDDI와 로손은 미래형 점포 기획 초기 단계부터 한국 기업들을 만나 기술 협력을 모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솔루엠은 2023년 일본 법인을 설립하며 현지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현재 슈퍼마켓, 편의점, 드럭스토어 등 다양한 유통체인에 ESL과 디지털 사이니지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약 3100억엔(약 2조92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 일본 ESL 시장에서 솔루엠 점유율은 30% 수준에 달한다. 올해 일본에서 거둘 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란 게 회사 측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 ESL은 시장 초기 전자제품 양판점을 중심으로 확산됐지만 점차 유통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추세”라며 “아직 현지 유통 시장에서 ESL 침투율은 6% 수준에 불과해 장기적인 성장세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소비 문화가 강한 일본에서 국내 기업들이 매장의 디지털 전환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I 기반 매장 관리 솔루션을 공급하는 스타트업 딥핑소스는 지난해 전체 매출 중 절반 가량을 일본에서 거뒀다. 최근 KDDI의 기업벤처펀드인 ‘KDDI 오픈이노베이션 펀드 3호’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