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가운데 여수신·보험·금융투자업 중 2개 이상 금융업을 운영하고, 금융위원회에 인허가를 받거나 등록한 회사가 1개 이상인 곳은 금융복합기업집단으로 지정된다. 현재 삼성, 한화(000880), 미래에셋, 교보, 현대차(005380), DB(012030), 다우키움 등 총 7곳이 금융복합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5일 이들 7개 금융복합기업집단의 지난해 말 자본적정성 비율이 174.3%로 전년 말(193.7%) 대비 19.4%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금리하락 리스크 등에 1년 새 20%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자본적정성 비율은 실제 손실 흡수능력인 통합자기자본을 금융복합기업집단 수준의 추가 위험을 고려한 최소 자본 기준인 통합필요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2021년 시행된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에 따라 금융복합기업집단은 자본적정성 비율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1년 새 200% 아래로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금융당국의 요구 수준은 여유 있게 넘고 있는 셈이다.
집단별 자본적정성 비율을 살펴보면 교보(201.4%), DB(195.0%), 다우키움(193.8%), 삼성(185.1%), 미래에셋(164.2%), 한화(154.9%), 현대차(146.9%) 순으로 나타났다. 7개 금융복합기업집단 가운데 꼴찌를 차지한 현대차복합금융그룹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룹 내 금융사들의 경영 건전성 악화보다는 해외사업 급성장의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자산의 가파른 성장 속도는 자본 증가 속도를 넘어서고 있다. 현대차금융복합기업집단의 대표 금융회사인 현대캐피탈은 2020년부터 5년 연속 국내와 해외 법인 자산이 크게 증가했다. 현대캐피탈의 국내외 글로벌 총 자산은 2020년 97조 2000억 원에서 2024년 196조 5000억 원으로 4년 새 두 배 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해외법인 자산 급증이 자본적정성 비율 하락에 큰 영향을 끼쳤다. 현대캐피탈 해외법인의 총 자산은 2020년 63조 5000억 원에서 2024년 157조 원으로 14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본 역시 102% 확충했지만 자산 성장세에 미치지 못하면서 자본적정성 비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현대캐피탈은 자본적정성 비율은 하락했지만 경영 건전성은 매우 우수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국내 카드사들의 평균 연체율이 1.65%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현대캐피탈은 체계적 리스크 관리를 통해 연체율 0.97%를 기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경기침체 우려에도 지난해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는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A등급으로 상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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