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를 앞세운 중국계 유통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산은 무조건 싸다’는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양질의 캐릭터 제품으로 한국의 ‘캐릭터 덕후’들을 사로잡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계 유통기업인 미니소는 이달 21일 문을 연 강남점에서 국내 매장 오픈일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미니소 측은 “대학로, 홍대 매장에 이어 문을 연 강남점에서 오픈 첫날 많은 고객들이 방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로 이날 매장에는 30여 명의 손님이 문이 열리기 전부터 줄을 섰다. 선착순 100명에게 지급한 30% 할인 쿠폰은 문을 연 지 15분도 지나지 않아 동이 났다. 이날 지급한 쿠폰의 90% 이상이 실제 구매에 이용됐다. 친구, 연인과 같이 온 20대부터 10대 자녀와 함께 방문한 가족, 외국인 관광객 등 매장을 방문한 손님층도 다양했다.
미니소 강남점이 오픈 첫날부터 높은 인기를 끈 것은 매장 전면에 디즈니 캐릭터 ‘스티치’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미니소는 2021년 한국에서 철수했다가 지난해 재진출한 이후 매장 내 인테리어를 전체적으로 캐릭터를 위한 테마파크 콘셉트로 구성하고 있다. 강남점 입구에는 성인 키보다 큰 스티치 피규어를 설치해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길을 매장으로 끌었다. 매장에는 디즈니 영화 OST가 흘러나왔고 곳곳에 설치된 LED 화면에 스티치 영상이 송출됐다. 매장에서 만난 20대 이 모씨는 “미니소가 강남에 오픈한 지 몰랐다”며 “스티치 팝업스토어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중국에 기반을 둔 아트토이 기업인 팝마트는 라부부, 몰리 등 자체 캐릭터 제품을 판매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자체 캐릭터 IP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기준 80%에 달한다. 코카콜라, 프로나운스 등 다른 브랜드와 컬래버한 한정판 제품들은 고가에 재판매되고 있다. 어떤 상품인지 예측할 수 없는 ‘블라인드 박스’로 판매해 소비자의 수집 욕구를 자극한 점도 인기 비결로 손꼽힌다. 국내 대표 리셀 플랫폼인 중고나라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8일까지 라부부 관련 키워드 검색량은 전월 동기 대비 240% 늘었다. 같은 기간 상품 등록 수도 17.6%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미니소와 팝마트가 캐릭터를 활용해 저가 중국산 이미지에서 성공적으로 탈피했다고 보고 있다. 미니소와 팝마트의 제품들은 캐릭터 팬층을 겨냥해 글로벌 회사의 토이제품과 비슷한 가격대로 책정돼 판매되고 있다. 심재영 미니소코리아 대표는 “미니소가 과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것은 코로나19와 다이소의 영향이 컸다”며 “콘셉트를 캐릭터 숍으로 바꾸지 않았다면 다시 한국에 들어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은 캐릭터에 힘입어 국내 사업 확장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팝마트는 네이버와 함께 ‘오늘의 팝업’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네이버쇼핑이 엄선한 인기 브랜드 제품을 단 하루 한정 프로모션 특가로 만날 수 있는 행사로 그동안 품절된 팝마트 캐릭터 제품이 판매될 예정이다. 미니소는 현대백화점 커넥트현대 청주, 롯데백화점 잠실점, 대전신세계,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등에도 출점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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