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도 없었던 남학생 도루가 다가와 다짜고짜 “나랑 사귀자”고 하자 여학생 마오리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그래”라며 수락한다. 호감을 느끼기도 전에 서로를 ‘남자친구님’ ‘여자친구님’이라는 다소 민망한 호칭으로 부르며 가까워지는 고등학생 커플은 풋풋한 첫사랑을 소환한다.
13일 개막한 뮤지컬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하 ‘오세이사’) 얘기다. 국내에서 50만 부 이상이 팔린 동명의 일본 소설이 원작이다. 앞서 2022년에는 영화로 제작돼 121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을 만큼 원작 팬덤이 탄탄하다.
원작 팬덤의 기대 속에 뮤지컬로 재탄생한 ‘오세이사’는 올 여름 청량하고 싱그러운 첫사랑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로 알기도 전에 “오늘부터 1일”이라며 연애를 시작했지만 사랑 앞에서 수줍기만 한 도루와 마오리의 달달하고 청순한 모습은 보기만 해도 미소가 번진다. 친구 이즈미와 켄토는 우정과 웃음을 담당하며 극의 분위기를 발랄하게 만든다. 다소 어둡고 진지한 K뮤지컬의 분위기와 다른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의 청춘 로맨스물이 등장했다는 평가 속에 ‘어쩌면 해피엔딩’과 같은 작품을 기다렸던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전날의 기억을 모두 잊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마오리와 도루가 갑작스럽게 연애를 시작하는 등 원작의 뼈대는 대부분 살렸다. 원작 소설과 영화를 접한 관객일지라도 뮤지컬 ‘오세이사’를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 산뜻·발랄하고 감미로운 K팝 스타일의 ‘세가지 조건’ ‘레이디그레이와 여름의 향’ ‘너와 나’ 등 넘버를 비롯해 눈 앞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멜로 감성을 자극하는 연기, 그리고 봄날의 공원, 여름 밤의 불꽃놀이 등 소설에서는 상상만 하던 풍경과 장면이 발광다이오드(LED) 무대 장치로 구현돼 극의 매력과 몰입도를 높인다. 소설의 힘이자 매력인 상상력, 영화의 미덕인 아름다운 미장센에 이어 뮤지컬 ‘오세이사’는 공연만이 줄 수 있는 이러한 매력과 장점을 한껏 살려 첫사랑을 소환한다.
1막에서는 도루와 마오리의 수줍고 싱그러운 첫사랑 이야기가 펼쳐지고 2막에서는 갑작스러운 도루의 죽음으로 인해 벌어지는 가슴 아린 사랑과 추억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도루 역은 아이돌 엠블랙 출신 이준과 윤소호, 김인성이, 마오리 역은 장민제와 라붐 출신 솔빈이 각각 연기한다. 8월 24일까지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