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한미 통상 협의가 시작된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끄는 대미 협상 대표단은 24~2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제3차 한미 기술협의를 갖기 위해 22일 출국했다. 여 본부장은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적·상호호혜적 협상에 방점을 두고 협상을 가속화하겠다”면서 “우리에게 민감한 부분들을 최대한 미국 측에 설명하고 설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양국이 7월 8일까지 포괄 합의를 도출하기로 한 데 대해 “이제 ‘줄라이 패키지’라는 말은 쓸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미국 상황도 가변적이어서 7월 초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협상 시한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기한에 얽매이기보다 우리 기업들의 실질적 피해를 막고 한미 양국 모두의 국익을 끌어올리는 ‘윈윈’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미국의 관세 폭탄은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이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25% 관세율이 적용되는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27.1% 급감했다. 철강 기업들은 건설 경기 침체에 미국의 50% 관세 폭탄까지 맞아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설문에서 미국의 관세 조치로 피해를 봤다는 수출 기업은 전체의 64.8%에 달했다. 미중 무역 전쟁의 불똥도 우리 기업들에 튀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의 중국 공장에 미국산 장비 공급을 제한한다는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 전략에 큰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
대미 협상단이 미국의 관세 장벽을 제거하고 우리 기업에 대한 규제 예외 조치를 이끌어낼 해법은 조선·에너지 등 한미가 상호 실익을 누릴 수 있는 산업 협력안을 제시하고 한국 기업들의 미국 일자리 창출 기여도를 보여주는 데이터로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한미 동맹을 실질적으로 격상할 수 있다.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실현하기 위해 정교한 무역 협상 전략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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