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기업공개(IPO)에 도전하는 케이뱅크가 공모 규모를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대형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어 있는 만큼 유통 물량을 줄이는 것이 흥행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재정비한 상장 주관사단에 외국계 증권사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도 목표 공모액 감소로 해외 마케팅 필요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뱅크는 재무적 투자자(FI)와의 약정에 따라 내년 7월까지 증시에 올라야 최대주주인 비씨카드의 재무 부담이 줄어든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번 IPO에서 5000억 원 내외를 공모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지난번 IPO 추진 때에는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 상단을 기준으로 9840억 원을 공모했는데 약 절반 수준으로 공모액을 줄이려 하는 것이다. 다만 기업가치는 이전과 비슷한 4조 5000억~5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주 발행과 FI 구주 매출을 감축해 초기 유통 물량을 줄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IB 업계 관계자는 “밸류는 이전과 비슷하게 가져가되 공모 규모를 줄여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케이뱅크는 전날 확정한 상장 대표주관사 우선협상대상자 명단에 외국계 증권사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IPO 입찰제안요청서(RFP)를 국내 5곳의 증권사만을 대상으로 배포한 뒤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는 UBS까지 포함시켰지만 결국 이 중 NH투자·삼성증권만을 낙점했다. 업계에서는 외국계 증권사가 주관사단에서 빠진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케이뱅크 IPO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이번에 외국계 증권사를 선정하지 않은 것은 공모 물량 감소로 해외 마케팅 필요가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추후 관건은 대형 공모주 시황 회복이다. 희망 밴드 기준 시가총액이 4조 1039억~5조 6634억 원이었던 DN솔루션즈가 올 4월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로 IPO를 미루는 등 대형 공모주 시장은 얼어붙어 있다. 케이뱅크는 상장이 무산되면 주주 간 계약에 따라 FI가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 얼롱)과 매수청구권(풋옵션)을 비씨카드를 상대로 행사할 수 있다. 계약상 시한인 내년 7월까지 증시에 올라야 비씨카드의 재무 부담이 줄어든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하반기 중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 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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