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금 자산 규모가 2000조 원을 넘기며 국민들의 노후 생활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자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개선과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7일 ‘노후 소득 증대를 위한 연금 자산의 운용 개선’을 주제로 자본연과 한국증권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연금 자산을 적극적으로 운용해 지속 가능한 연금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내 연금 자산 규모는 올 1분기 말 기준 국민연금 1227조 원, 퇴직연금 432조 원, 개인연금 370조 원 등 2000조 원을 웃돈다. 이 중 퇴직연금의 경우 10년 평균 운용수익률이 2%대에 불과해 국민연금 감소기(2040~2055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익률 제고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남 연구위원은 “수익률 제고 방안은 정해져 있다”며 “위험이 분산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디폴트옵션 제도의 원리금 보장 상품 비중이 94%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는 건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며 “초저위험 상품 유형은 폐지 또는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위험 등급별로 단일 상품만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남 연구위원은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과 같은 집합 운용 확정기여형(DC) 방식의 적립금 운용을 정책적으로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필요하다고도 설명했다. 기금형은 별도의 연금기금(펀드)을 설립하고 전문적인 지배구조를 갖춘 기금이 자산운용사 선정, 수수료 협상, 운용 관리 감독 등을 총괄하는 방식이다. 단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민연금공단이 운용하는 퇴직연금기금제도 도입 주장에 대해서는 “운용 기제에 대한 몰이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여러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면서도 퇴직연금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패널 토론자로 참석한 이준호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장은 “아직까지 근로자 입장에서는 퇴직연금이 노후 소득 보장의 개념보다는 생계 자금이나 주택 자금으로 보는 수요가 확실히 있다”며 “국민연금과 같은 장기간의 투자보다는 (원금 보장이라는) 안정성에 대한 수요가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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