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자력 산업 투자 확대 기대감으로 두산에너빌리티(034020)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2008년 이후 17년 만에 시가총액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단기 주가 급등에 따른 부담은 여전하지만 중장기적인 상승 모멘텀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9.16% 오른 5만 9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38조 1774억 원까지 늘어나면서 셀트리온(068270)(35조 9885억 원)을 제치고 시총 10위권(삼성전자 우선주 제외)으로 진입했다. 시총 9위 기아(38조 7731억 원)와의 격차도 6000억 원 수준까지 좁혀졌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지난해 말 1만 7750원에서 이날 5만 9600원으로 239% 급등했다. 이달만 주가가 47.7% 올랐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원전 용량을 4배로 확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원전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데다 체코 신규 원전 계약 체결 소식마저 전해지자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원전주가 일제히 상승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전력 수요 증가와 탄소 중립 달성 등으로 에너지 전환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원전에 대한 시각이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원전 설비 용량이 연평균 3.5%씩 증가해 2023년 372기가와트(GW)에서 2050년 950GW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은 두산에너빌리티를 국내 원자력 시장의 최대 수혜주로 꼽고 투자 의견 매수와 함께 목표 주가를 6만 2000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주가가 빠르게 오른 만큼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도 있다. 2027년이 돼야 외형 성장과 이익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대규모 신규 수주가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지원을 위한 ‘SMR 특별법’을 발의하는 등 정책적 여건도 우호적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여당에서 SMR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원전에 대한 입장 변화가 감지된 것이 시장 심리에 우호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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