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가 스포츠 경기 중계 전용 요금제를 도입하자 정부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멤버십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의 유료 멤버십인 ‘와우’ 회원이라면 로켓배송부터 온라인동영상서비스(쿠팡플레이), 음식배달(쿠팡이츠)까지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던 구조가 흔들릴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15일부터 쿠팡플레이에 ‘스포츠패스’를 도입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스포츠패스란 쿠팡플레이에서 중계하는 각종 스포츠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상품으로 쿠팡의 와우 회원만 가입할 수 있다.
스포츠패스의 요금은 매달 9900원이다. 기존에는 쿠팡 와우 멤버십(월 7890원) 회원이라면 추가 요금을 내지 않고 스포츠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존의 두 배 이상인 1만 7790원을 부담해야 드라마, 영화부터 스포츠 중계까지 볼 수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쿠팡이 쿠팡플레이의 스포츠 콘텐츠에 추가 요금을 부과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쿠팡플레이가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독일 분데스리가 등의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하는 데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내셔널풋볼리그(NFL), 미국프로농구협회(NBA) 리그 등의 콘텐츠까지 확보했다. 이 같은 해외 스포츠 중계권을 따내는 데만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이 들어가는 점을 고려할 때 추가 요금 부과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다만 스포츠패스의 도입 시점을 두고는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행보와 연관해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공정위는 유튜브에 이어 쿠팡에 ‘끼워팔기’ 혐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사업자가 상품을 공급하면서 다른 상품을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는 불공정거래행위로 간주돼 금지된다. 유튜브가 광고 없이 시청 가능한 ‘유튜브 프리미엄’ 상품에 ‘유튜브 뮤직’을 포함해 판매한 것을 두고 공정위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불공정 행위로 판단했다.
쿠팡 역시 와우 멤버십으로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등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끼워팔기에 해당한다는 논란이 제기돼 왔다. 공정위가 쿠팡을 현장조사하는 등 조사에 속도를 내자 쿠팡이 선제적으로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플레이가 15일부터 쿠팡 와우 회원이 아니더라도 광고 시청 시 오리지널 콘텐츠와 국내외 TV 시리즈, 최신 영화 등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게 콘텐츠를 개방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업계는 이 같은 쿠팡의 조치에도 와우 멤버십 고객의 이탈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와우 멤버십 비용은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했지만 고객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었다. 와우 멤버십 고객은 지난해 말 기준 1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번 스포츠패스의 도입이 쿠팡의 수익 증대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로켓배송을 이용하지 않고 스포츠 중계 시청을 주로 이용한 와우 멤버십 회원이라면 이탈 가능성이 높긴 하나 많진 않을 것”이라면서 “그동안 쿠팡의 서비스를 두루 이용해온 고객들 중에 매달 9900원을 추가로 내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는 고객이 얼마나 될지가 쿠팡의 수익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