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이 미국에서 점유율을 늘리는 것을 견제하는 가운데 토종 무정전전원장치(UPS) 업체들이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UPS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UPS를 앞세우면 안정적인 제품을 제공하는 버티브·이튼·슈나이더 등 글로벌 빅3와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갖춘 화웨이 등 중국업체에 맞서서도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폭증으로 인한 UPS 수요 급증도 해외로 향하는 K-UPS의 발길을 끌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전력기기업체 이온은 이달 부사장을 미국으로 파견해 지사 및 법인 설립을 타진한다. 김형표 이온 전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정부와 기업으로 하여금 중국산 제품을 못쓰도록 제어하면 국내 기업은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된다”며 “마르쉐(MARCHE) 등 하이브리드 제품에 적용된 기술 경쟁력이면 미국산과 중국산 사이 틈새시장은 물론 미국산이 주도하는 ‘본시장’에서도 승부를 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UPS는 정전이 발생했을 때 비상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이다. ESS는 대낮 등 특정 시간대 전력을 저장했다 필요한 시간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설비이다.
국내 UPS 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토종 업체는 지금까지 수 십 년 간 사실상 우리나라 만을 사업 무대로 삼았다. 해외 업체는 물론 국내 대기업마저도 글로벌 빅3 UPS를 채택하는 상황에서 공공 기관 납품에 기댈 수 밖에 없었던 탓이다.
중국산의 막강한 가격 경쟁력도 그동안 국내 업체의 해외 진출 발목을 잡았다. 화웨이 등은 UPS 최종 납품가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제조 원가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국내 UPS 업체는 중국산 부품으로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공급하는 이른바 ‘택갈이’를 하는 실정이다.
토종 업체들은 글로벌 빅 3와 중국 업체들 사이에서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에 승부수를 띄운다. 이온은 하이브리드 UPS를 앞세워 미국 뿐 아니라 동남아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현재 베트남 등에서 수출을 위해 인증을 받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온 뿐 아니라 국제통신공업 등도 해외 시장을 노크한다. 국제통신공업은 앞서 '비상전원 기능을 갖는 하이브리드 에너지저장시스템'을 개발했다. 이화전기는 두 개 이상의 소스원으로 전원 연속성을 보장하는 '바이패스 운전을 위한 위상동기 고속감지 기술'을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이 발달하면 할 수록 데이터센터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중소기업의 힘만으로는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공공 부문만큼이라도 국산 제품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등의 정부의 지원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리서치인사이트에 따르면 2023년 110억 6000만 달러 수준인 글로벌 UPS 시장 규모는 2023년 210억 3000만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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