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동쪽으로 300㎞ 떨어진 알아흐사 사막. 21일(현지 시간) 사우디 최대 항구도시 담맘에서 자동차로 2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곳에 ‘팀코리아’가 만든 자푸라1 열병합발전소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본격적인 여름은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이곳의 기온은 한낮 46도까지 치솟았다. 바람마저 거세게 부는 탓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열풍이 얼굴을 때리고 모래 알갱이가 입에서 씹혔다.
자푸라1 발전소는 이 지역 셰일가스 플랜트 전용 전력 공급 설비로 건설됐다. 알아흐사 사막 일대는 액화천연가스(LNG) 46억 5000만 톤이 매장된 중동 지역 최대 셰일가스전이다. 우리나라가 약 99년간 쓸 수 있는 물량이다. 사우디는 최근 총사업비 1000억 달러(약 1400조 원)를 들여 이 지역을 대대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자푸라1 발전소는 317㎿의 전력과 함께 시간당 315톤의 증기 및 180톤의 계통수를 가스전에 공급하게 된다.
발전소 건설에는 국내 기업들이 다수 참여했다. 터빈의 열을 식히는 공랭 설비가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는 강이나 바다의 물을 활용하지만 내륙 사막에서는 공기를 냉각재로 활용한다. 모래바람 속에서 공랭식 설비를 가동하는 것은 고난도의 기술을 요하는데 자푸라1 발전소에서는 한국의 중견기업 다산DTS가 처음으로 중동에 설비를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 3층 높이에 떠 있도록 설계된 다산DTS의 공랭식 응축기는 설비 아랫면에 직경 4m의 팬 15개를 설치해 응달 쪽 공기를 흡입하도록 돼 있다.
다른 지역보다 수익성이 높은 것도 플랜트 내부 발전소의 장점이다. 24시간 설비가 가동되는 데다 생산 전력을 직접 전량 판매할 수 있어서다. 한전 관계자는 “착공 37개월 만인 올해 10월 준공을 목표로 모든 구성원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공사가 끝나면 앞으로 20년간 가스 채굴 설비에 전력을 공급하는 계약이 이미 체결됐다”고 말했다. 통상 전력구매계약은 10년 단위로 한두 차례 더 연장되므로 자푸라1 발전소는 적어도 2055년까지 한전에 안정적인 전력 판매 수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서는 한국 기업의 치밀한 안전관리와 적기 시공에 대한 신뢰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10년 넘게 중동 지역에서 근무한 한전 관계자는 “중동 발주처와 한국 기업들 사이가 상당히 좋다”며 “한국 기업들이 무재해를 최우선으로 할 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과 달리 공사 기한을 정확히 맞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착공 2년 8개월 만에 공사 막바지에 돌입한 자푸라1 발전소도 900만 시간 무재해를 달성했다.
리야드에서 동쪽으로 80㎞ 떨어진 곳에서는 또 다른 팀코리아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수주한 루마~나이리야 가스복합발전 사업 현장이다. 건설 사무소밖에 없는 황량한 사막에서는 터 파기 공사를 위해 포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120여 대가 먼지를 날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최근 리야드 인구가 빠르게 늘자 비교적 가까운 곳에 발전소를 새로 짓는 것이다.
현장 관계자는 사우디 발전 사업의 경우 한국과 달리 민원에 시달릴 일이 전혀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대도시에서 수㎞만 떨어져도 사람이 살지 않는 사막이기 때문이다. 주민 반대에 부딪혀 전력망 구축이 수년씩 늦어지는 한국으로서는 부러운 여건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