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22일 이른바 ‘담배소송’과 관련해 “담배가 아니면 폐암에 걸릴 수 없다는 빠져나갈 수 없는 증거를 가져왔다”며 “담배에는 중독성이 있으니 담배회사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흡기내과 전문의인 정 이사장은 이날 건보공단과 담배회사 간 진료비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 12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환자들이 수술을 앞두고도 병원 복도에서 몰래 담배 피는 모습을 수없이 본다”며 “자기 몸이 하나밖에 없는데 왜 담배를 피겠나. 중독성 때문에 멈추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담배회사들은 담배에 중독성이 없다고들 하는데, 여러 학회에서 담배와 폐암의 인과관계를 지지하는 만큼 담배회사들은 책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1심에서 원했던 폐암과 흡연의 연관성에 관한 자료를 가져왔다”며 “공단에서 새롭게 14만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자료”라고 소개했다. 최근 건보공단 건강보험연구원과 연세대 보건대학원은 건강검진 수검자 13만6965명의 건강검진과 유전위험점수 등을 토대로 하루 한 갑씩 20년 이상 폈거나 흡연 기간이 30년 이상인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소세포폐암 발병 위험이 54.49배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유전 요인보다 흡연 기간이 암 발병에 더 많이 기여한다고 지적한다.
법정에 폐암에 걸린 흡연자가 증인으로 나온다고도 소개했다. 정 이사장은 이 환자에 대해 “젊을 때 피기 시작해 중독이 된다는 것도, 담배가 해롭다는 얘기도 듣지 못했다. 심지어 수술 받을 때까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식들에게도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얘기하는데, 담배가 폐암을 일으킨다는 뻔한 진실을 담배회사가 인정하지 않는다”며 “확률적으로 분명한데도 단 한명도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그럼 통계가 왜 존재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공단은 2014년 4월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 담배회사를 상대로 약 533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533억원은 30년·20갑년(하루 한 갑씩 20년 이상) 이상 흡연한 뒤 폐암, 후두암을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게 공단이 지급한 진료비다. 1심은 2020년 대상자들이 흡연 외의 다른 위험인자가 없다는 사실이 추가로 증명돼야 한다며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줬으며, 공단이 바로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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