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의 총파업 예고일을 8일 앞두고 노사 간 여론전이 심화되고 있다. 양측은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보류한 채 서로의 입장을 내세우며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20일 서울 중구의 한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버스업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2년 연속 파업 사태에 대해 시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파업 시 현행 법률에 근거해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철저히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시내버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파업이 실행되는 셈이다.
이어 "쟁의행위에 참가할 의사가 없는 운행사원들의 안전운행 의사를 존중하고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며 "서울시와 25개 구는 물론 경찰의 협조를 받아 정상운행을 방해하거나 자발적으로 운행하려는 사원들을 제지하려는 행위에 대해 법에 근거해 시정조치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업조합은 이날 전체 61개 조합원사 중 28개사의 151개 노선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근로시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사측은 지난 4월 한달간 서울 시내버스 기사들의 1일 평균 실근로시간을 집계한 결과 1인당 평균 7시간 47분이라고 밝혔다.
기사들은 그동안 9시간(기본근로 8시간+연장근로 1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하는 '약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급여를 받아왔다. 이에 사측은 실제로는 1시간 이상 근무 인정 혜택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사업조합은 "식사제공, 근무복 제공, 노사상생기금, 해외시찰 및 견학, 자녀 학자금 지원 등의 복지 혜택을 포함해 운행사원들의 근무 여건이나 급여 수준이 타 시도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준공영제가 시행 중인 7개 공역시의 지난해 월 급여는 서울시 대비 평균 93.2%에 해당했다.
김정환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지난 주 노조에게 교섭을 요청했으나 19일 저녁 21~25일 중 하루, 27일 교섭을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받았다”며 "버스회사는 전체 비용의 70%를 차지하는 인건비 변동이 산업의 생사를 좌우한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근로자와 기업이 상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섭 쟁점과 관련해서는 노사간 갈등이 심화됐다. 사업조합은 "저희 교섭 방침은 기존에 받던 급여 총액을 100% 인정하고, 그 전제에서 얼마를 더 인상할 것인지를 협상하자는 것"이라며 "임금 동결이나 삭감을 요구했다는 노조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노사 간 협의로 정하는 임금체계 개편과 법적으로 다투는 통상임금 소송은 별개 사안이며, 과거 2차례 교섭과 조정회의에서 노조 측에 통상임금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임금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반박자료를 내고 "정기상여금 등을 먼저 포기하라거나 임금체계 개편에 동의하지 않으면 더 이상 대화하지 않겠다는 게 사측 입장"이라며 "이는 대법원 판결 뿐아니라 사용자가 통상임금을 줄이기 위해 일방적으로 지급조건만 바꾸는 등의 행위를 하지 말라는 고용노동부 지침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사업조합이 서면으로 제출하는 공식적인 교섭요구안에 임금체계 개편을 넣지 않았다가 뒤늦게 쟁점화했다”며 "노조가 통상임금을 포기하는 데 동의하면 현재 진행 중인 통상임금 소송에서 회사에 유리하게 활용해 과거의 미지급 임금 부담을 없애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서울시민 혈세로 1년에 20% 이상 임금인상은 부적절하며, 21년 째 유지된 준공영제의 존폐 위기와 연쇄적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노조가 무책임하게 사실조차 거짓이라고 주장해 오히려 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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