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이한 국내 조선 빅3가 올해 2조 4000억 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계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소 도크가 이미 꽉 찬 상황에서 일감이 밀려들자 공정 효율을 높이고 설비를 증설하는 등 생산능력 확충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18일 HD한국조선해양(009540)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329180)·HD현대미포(010620)·HD현대삼호는 올해 1조 515억 원을 생산설비 투자에 쏟을 예정이다. 특히 8800억 원가량은 조선 설비 증설에 투입하기로 하고 1740억 원을 1분기에 집행했다. HD현대의 조선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설비투자와 함께 공정 효율화 및 자동화 기술 업그레이드를 통해 선박 건조 일정을 앞당기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화오션(042660)은 연내 1조 281억 원을 생산능력 확충에 투자한다. 여기에는 60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부유식 도크와 해상 크레인 도입이 포함돼 있다. 해상에서 선박을 건조·수리하는 부유식 도크를 띄워 외부 임차 설비 의존도를 낮추고 선박 생산량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이 이를 통해 상선 건조 능력을 연간 4척 이상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010140) 역시 올해 3000억 원에 이어 내년에도 3500억 원을 생산설비 확대에 투입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등 설비투자와 함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공정 효율화에도 나선다. 배관 용접 자동화 등에 이어 인공지능(AI) 기반 로봇을 활용해 무인 생산라인을 가동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슈퍼사이클을 맞아 5년 치 일감을 미리 확보한 주요 조선사들은 현재 조선소 설비를 풀가동하고 있다. 1분기 HD한국조선해양의 조선 부문 평균 가동률은 107%, HD현대중공업의 엔진기계는 가동률이 146%에 달한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1분기 평균 가동률이 각각 100.2%, 117%로 100%를 웃도는 수준이다.
조선 업계는 올해 들어서도 신규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1~4월 전 세계 누적 수주 물량(372척) 중 한국 조선사들이 확보한 배는 57척으로 22%를 차지한다.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올 1분기 수주 잔액은 1372억 5800만 달러(약 191조 원)로 집계됐다. 이들 업체의 올해 합산 수주 목표가 50조 원 규모인 것을 고려하면 연내 수주 잔액 200조 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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