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이 사업은 못 참지”…삼성·LG 또 붙는다 [biz-플러스]

2.4조 빅딜…삼성, 유럽 공조 기업 '플랙트그룹' 인수

가정·상업용 냉난방 공조 제품…산업용 시장에 관심

'뜨거운 데이터센터 열 식히자'…"연 18% 고성장"

삼성 앞서 참전 LG, MS와 데이터센터 공조 동맹도

가전·로봇·전장서 경쟁 삼성·LG, 전선 확대 불가피

플랙트그룹 본사.사진=플랙트그룹 홈페이지




삼성전자(005930)가 유럽 최대 냉난방공조(HVAC) 회사를 품으면서 가전, 전장, 로봇 등에서 각을 세워 온 LG전자(066570)와의 경쟁 전선도 확대될 전망이다. LG전자는 에어컨, 건조기 등에서 닦아온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한발 먼저 산업용 HVAC 시장에 뛰어들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비즈니스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동맹을 맺는 등 보폭을 넓혀 왔다. 삼성전자도 이번 인수를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용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게 된 만큼 양사는 글로벌 물량 수주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14일 영국계 사모펀드 트리톤이 보유한 플랙트 지분 100%를 15억 유로(약 2조 40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플랙트 인수 절차를 연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플랙트그룹은 107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최대 공조 기업이다. 플랙트는 스웨덴어로 송풍기를 의미한다. 1918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이 회사는 사업 초기 자국을 중심으로 산업용 환풍기 및 공기 처리 장비를 생산했으며 20세기 중후반을 거치며 유럽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회사는 100년 이상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여러 차례 소유주가 바뀌고 다양한 기업들과 인수합병(M&A)을 거치며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2002년에는 스위스의 산업 자동화 기업인 ABB그룹이 플랙트를 인수해 우즈에어무브먼트와 합병해 플랙트우즈그룹을 출범시켰다. 2016년에는 영국계 사모펀드인 트리톤인베스트먼트가 플랙트우즈그룹을 다시 인수, 이미 갖고 있던 덴코하펠과 합병해 플랙트그룹이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복잡한 M&A 과정을 거쳐 탄생한 플랙트그룹 산하에는 현재 덴코·하펠·셈코·일리다 등 다양한 브랜드가 포진해 있다.

삼성전자가 플랙트그룹를 인수한 것은 HVAC 제품 포트폴리오를 산업 영역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HVAC 사업은 가정·상업용에 집중돼 왔는데, 이에 반해 플랙트그룹은 데이터센터, 건물, 공장, 해양 플랜트 등 고부가의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가정·상업용 제품을 통해 공조 기술을 벼려 왔지만 산업용에 활용되는 중앙 공조와 가정용에 쓰이는 개별 공조 기술은 결이 다르다. 삼성전자가 자체 기술을 개발하기 보다 2조 원 넘는 금액을 들여 플랙트그룹을 품은 이유다.



산업용 HVAC 제품에 필요한 중앙 공조 시장은 연 평균 8%의 고성장이 기대되는 영역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중앙공조 시장은 2024년 610억 달러에서 2030년 99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데이터센터 부문은 2030년까지 441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 국가들의 친환경 에너지 규제 확대도 공조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유럽연합(EU)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탈탄소·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그린딜 정책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업들은 이 같은 정책에 발맞춰 에너지 효율이 높고,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는 냉난방공조 시스템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에 한발 앞서 데이터센터 등을 겨냥한 산업용 HVAC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글로벌 종합 공조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HVAC 사업을 기존 H&A사업본부에서 분리해 ES사업본부를 신설했다.

LG전자는 칠러를 비롯한 다양한 공간·기후 맞춤형 냉난방공조 솔루션으로 B2B 비즈니스를 가속하는 가운데,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사업장 등을 잇달아 찾아 HVAC 사업을 점검하는 등 글로벌 사우스 시장 내 사업 기회 발굴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미국과 유럽 시장을 겨냥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앨라배마 헌츠빌에 신규 공조 생산시설을 구축해 지난해부터 HVAC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노르웨이 오슬로에 에어솔루션 연구소와 히트펌프 기술 컨소시엄을 각각 구축했다. MS와도 냉각 솔루션 동맹을 맺는 등 빅테크와의 협력도 강화하는 중이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ES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0% 늘어난 3조 544억 원, 영업이익은 21.2% 늘어난 4067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인수로 LG전자와의 경쟁 전선은 가전, 전장, 휴머노이드에 이어 HVAC까지 확대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용 공조 시장은 아직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달리는 영역이라 당장 삼성과 LG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그림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최근 휴머노이드, 전장 등 각사가 정한 미래 사업이 계속해서 겹치는 상황이라 물밑 기술 경쟁이나 견제는 치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