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각계각층으로부터 인사를 영입하면서도 신중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영입 인사의 과거 행적이 순풍을 타고 있는 대선 흐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대선 당시 영입 인재 1호 인물이 사생활 논란으로 사흘 만에 사퇴하면서 힘들었던 경험이 학습 효과가 됐다는 평가다.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13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정책통인 이병태 전 KAIST 교수에 대한 영입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이 전 교수는 홍사모(홍준표와 함께한 사람들) 등과 이 후보 지지 선언을 예고했지만 짤막한 문자메시지만 내놓았다. 그는 ‘선대위 직에 연연하지 않고 이 후보의 정치가 성공하도록 조언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 전 교수가 전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캠프에 조인한다”고 밝힌 것과는 온도 차가 있다. 사실상 선대위 참여가 불발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전 교수의 참여 소식이 알려진 뒤 민주당 선대위에서는 강한 반대 기류가 형성됐다. 과거 이 전 교수의 발언과 행적 때문이다. 이 전 교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치매인가. 정신분열증인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 선대위가 부정 여론에 입장을 바꾼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황정아 선대위 대변인은 “이 전 교수를 공식적으로 영입하기로 결정한 바가 없다”며 “영입을 염두에 둔 후보 중 하나일 수는 있으나, 공식적으로 제안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신중모드는 이 후보의 싱크탱크를 자임하며 출범했던 성장과통합부터 예고된 바 있다. 500여 명의 학자와 관료, 현장 전문가들이 성장과통합에 몰려들었지만 통제되지 않은 메시지 때문에 출범 8일 만에 활동이 중단되는 소동을 빚었다. 다만 이념보다 실용을 앞세운 이 후보의 기조에 맞게 인재 영입의 문을 닫지는 않을 방침이다.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 전 교수는 시장경제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만 현 상태에서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건전하고 합리적인 보수와 공이 있고 역할이 있는 분들과 힘을 합치면 좋겠다는 기조는 이전과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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