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 성장통보다 제가 더 아픈 것 같고요. 윤이나 선수도 올해 같이 LPGA 투어에서 뛰고 있지만 저도 가자마자 잘 하지는 못했어요. 윤이나 선수도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을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저나 윤 선수나 그 외 성장통을 겪고 있는 후배들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공식 기자회견 자리에서 했던 박성현의 비장감이 묻어나는 말이다. 그리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그 각오를 제대로 증명하고 있다.
박성현이 확 달라진 건 윤이나와 팀을 이뤄 공동 18위를 기록했던 다우 챔피언십부터다. 그 후 유럽 3연전이 펼쳐질 동안 LPGA 대회 출전 자격이 없어 한 달을 강제로 쉬어야 했던 박성현은 제주삼다수 마스터스를 위해 연습에 집중했다. 그리고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공동 11위라는 성과를 이뤘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18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컬럼비아 에지워터 컨트리클럽(파72)에서 끝난 스탠더드 포틀랜드 클래식 최종일 이글 1개와 버디 7개, 보기 2개를 곁들인 박성현은 7타를 줄이고 공동 7위(16언더파 272타)로 대회를 마쳤다. 2019년 8월 AIG 위민스 오픈 단독 8위 이후 무려 6년 만에 톱10에 오른 것이다.
박성현의 부활은 사실 다우 챔피언십 때부터 그 조짐이 보였다. 팀을 이뤄 대회에 출전했던 윤이나는 “막판에 정말 잘하고 싶었고 언니(박성현)가 너무 잘 했는데, 제가 도움이 못 돼 너무 미안했다”고 할 정도였다.
윤이나는 또 박성현과 함께 경기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고도 했다.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를 배우고 클럽 선택하는 방법과 코스 매니지먼트 하는 것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이나는 다우 챔피언십이 자신의 골프가 성장하는 전환점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그 영향으로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2라운드 선두에 나서고 최종 3위로 마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박성현이 6년 만에 톱10 성적을 낸 포틀랜드 클래식에 윤이나는 출전하지 않았다. 그동안 밀렸던 골프 대회 이외 일정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21일부터 캐나다에서 열리는 CPKC 위민스 오픈에는 다우 챔피언십에서 의기투합했던 박성현과 윤이나가 모두 출전한다. 지난 주 대회에서 빠졌던 세계 1위 지노 티띠꾼(태국), 2위 넬리 코르다(미국), 3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도 모두 출전하는 이 대회에서 박성현은 상승세를 이어 2주 연속 톱10에 도전한다. 물론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3위를 기록하며 자신감을 얻은 윤이나도 출전해 첫 ‘톱10’을 겨냥한다. 이번에는 윤이나도 제주에서 얻은 기운과 충만해진 자신감을 제대로 보여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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