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자 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환 헤지(hedge)형 ETF(상장지수펀드)’로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할 때 수익률 방어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380원에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이 1380원대에서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8일(1386원) 이후 6개월 만의 일이다. 지난달 1480원대로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약 3주만에 100원가량 떨어진 것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33% 내린 99.463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가 100보다 낮다는 것은 달러가 약세인 것을 의미한다.
1500원 돌파를 넘보던 환율이 급락하면서 환차손을 줄일 수 있는 환 헤지형 ETF가 인기를 끌고 있다. 환 헤지형 ETF는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환율을 고정한다. 즉 환율이 오르거나 내려도 상품의 수익률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국내 ETF 시장에서는 환율 변동 리스크를 헤지한 상품에 (H) 또는 (합성 H) 표기를 덧붙인다.
ETF 체크에 따르면 7일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도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로 하루 만에 8.01% 상승했다. 해당 상품은 일본 동경 선물거래소의 골드선물 기초가격 움직임을 달러화한 지수로 환 헤지 구조를 갖췄다. 미국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미국나스닥100(H)’ 상품도 지난달 9일 장중 1487.6원까지 오르면서 1500원에 육박했던 날 가격(1만3128원)에 비해 약 18% 올랐다. 반면 같은 지수를 추종하지만 환율 변동에 따른 헤지가 되지 않는 노출형 상품인 ‘KODEX 미국나스닥100’는 같은 기간 한 자리수 상승에 그쳤다.
환 헤지형 ETF에 대한 관심은 자산 규모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삼성자산운용의 미국 대표지수 환 헤지형 ETF 2종은 합산 순자산 1조 원을 돌파했다. 두 상품은 2022년 12월 상장한 이후 약 2년 4개월 만에 각각 순자산 6908억 원, 3868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특히 올해 들어 순자산 증가세가 가파른 모습을 보였다”면서 “지난해 말 기준 합산 순자산은 6738억 원 수준이었지만 약 4개월 만에 59.9%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전쟁으로 달러의 안전 자산 역할이 약화되고 미국과 중국이 무역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진 영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중의 협상은 중국 위안화 통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 “위안화는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와 커플링되는 경향이 있어 위안화 강세가 원화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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