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가 유로화 대비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저가 중국 제품이 유럽 시장으로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EU와 중국 간 무역 마찰 확대 우려도 다시 커지는 모양새다.
2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지난주 외환시장에서 1유로는 8.437위안에 거래돼 2014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위안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2월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닛케이 통화지수 기준 위안화는 2024년 말부터 5월 1일까지 4% 떨어졌다. 같은 기간 달러화는 5% 하락했으며 유로화는 3% 강세를 보였다.
중국 인민은행(PBOC)은 위안화를 달러에 연동시키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경우 원칙적으로 위안화는 달러 대비 상승해야 하지만 올초부터 인민은행은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위안화 기준환율을 크게 변경하지 않고 있다. 스미토모 미쓰이 은행의 스즈키 히로후미 수석 외환 전략가는 "인민은행은 고율 관세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통화 약세를 허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이체방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글로벌 외환 리서치 책임자는 "중국 수출이 미국에서 유로존으로 이동함에 따라 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즈호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시장에 수출되는 중국산 제품은 품목이 대부분 비슷하다. 스마트폰과 컴퓨터용 전자기기, 가구, 섬유, 의류 등이 대표적이다. 쓰키오카 나오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수출이 막힌 저가 중국 제품의 유입이 가속화되면 유럽 내 반덤핑 조치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럽 기업들은 이미 중국 경쟁업체들의 압력을 체감하고 있다. EU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2월 대중국 수출량은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대비 약 30% 감소한 반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20% 이상 증가했다. 프랑스 아문디 인베스트먼트의 디디에 보로프스키 연구책임자는 "유럽에서 특히 기계, 화학, 자동차 부문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은 이미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기차다. 유럽자동차제조사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전기차는 2023년 유럽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했다. 유럽 집행위원회(EU)는 이에 대응해 지난해 10월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의 관세를 부과했다.
위안화의 추가 약세가 최근 유럽과 중국의 '화해 무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닛케이아시아는 "최근 EU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추가 관세 철폐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는데, 이같은 위안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EU와 중국간 무역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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