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해킹 사태를 수습 중인 SK텔레콤(017670)의 고민거리 중 하나는 유튜버다. 유튜버들의 무분별한 콘텐츠로 국민 불안이 가중되는 등 사태 수습 과정에서 혼란이 커진다는 것이다. 실제 불안한 마음에 아침 일찍 ‘대리점 오픈런’에 나선 직장인·대학생과 인터넷 이용자 중에는 “유심 관련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SK텔레콤의 공식 입장보다 유튜버들의 경고를 귀담아들은 이들이 제법 많았다.
많은 고객이 통신사보다 유튜버를 더 믿는 상황은 SK텔레콤이 미흡한 대처로 자초한 면이 분명 있다. 해킹 사실 공지는 광고 문자보다 소홀했고 늑장 신고 논란도 빚었다. 충분한 물량 준비 없는 유심 교체로 대리점 오픈런이라는 진풍경이 펼쳐졌으며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은 수차례 권고했던 게 무색하게 100시간 넘는 대기열이 생겼다. 이와중에 가입자 이탈을 메꾸겠다고 평소답지 않게 일부 대리점이 갤럭시 S25 지원금을 확대했다는 소식은 ‘교체할 유심도 부족한데’라는 또 다른 불만을 낳았다.
고객 불신은 당장 하루 3만 명씩 가입자가 이탈하고 집단소송 움직임이 번지는 것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회사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SK텔레콤은 새로운 비전인 인공지능(AI) 기업으로서 고객 불신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 딥페이크와 가짜뉴스 위협 속에서 이용자는 믿을 만한 AI 개발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빅테크에 맞선 SK텔레콤의 AI 경쟁력은 통신 본업으로 다져진 대규모 가입자와 인프라 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에 기반한다.
요컨대 SK텔레콤은 이번 사태를 단순히 보안 역량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SK텔레콤은 국민 절반을 고객으로, 그중 70%를 충성 고객으로 둔 기업소비자간거래(B2C) 대기업으로서 신뢰를 쌓을 기회는 언제나 있었다. 그동안 요금 경쟁으로 통신비 인하 노력을 다했더라면, ‘20배 빠른 5G’로 과장 광고하지 않았더라면, 불안해할 고객 입장에 서서 이번 사태 수습에 임했더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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