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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수익 낸 국민연금 해외투자…한미 환율협상 ‘뇌관’ 될수도

공격적 투자확대에 달러 매수 ↑

"원화 약세 요인" 지적해온 美

통상 협의서도 쟁점화 가능성

전문가 "통화스와프·환헤지 등

정부 원화 강세 노력 강조해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UPI연합뉴스




한미 재무 당국이 ‘2+2 통상 협의’의 후속 조치로 환율 협상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가 향후 협상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매수가 원화 약세의 구조적 원인 중 하나라는 논리를 미국이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6월 미 재무부 환율 보고서에서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이 국민연금 문제를 관세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어 우리 정부의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2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한미 재무 당국은 환율정책 관련 실무 협의를 위한 의제를 조율하고 있다. 아직까지 양국 간 구체적인 의제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6월 미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국민연금의 달러 매수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몇 년 사이 해외 투자 비중을 공격적으로 확대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1200조 원이 넘는 운용자산을 배분하고 수익률을 높이는 데 국내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 176조 7000억 원이었던 국내 주식 투자 규모는 139조 7000억 원으로 줄었고 국내 채권 투자도 326조 1000억 원에서 344조 3000억 원으로 거의 동일했다.

반면 해외 주식 투자는 192조 8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431조 원으로 2배 이상 확대됐고 해외 채권 투자도 44조 9000억 원에서 88조 3000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에는 해외 주식에서만 34.32%에 이르는 깜짝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달러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 자산 규모는 2020년 3040억 달러에서 지난해 말 기준 4584억 달러로 50.7% 급증했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를 확대하려면 대규모 달러 매수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국민연금은 2018년부터 환 헤지 비용 절감과 중장기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해외 자산에 환 헤지를 하지 않는 ‘환 오픈’ 전략을 취해왔다. 환 변동을 그대로 수익률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해외 투자 확대 과정에서 필요한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직접 조달해왔다. 이는 원화 약세 유발 요인으로 작용했다. 원·달러 환율의 절대적인 바닥이 올라간 배경으로 국민연금의 달러 순매수가 자주 지목된 이유다.

실제로 미국은 2022년 내놓은 상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의 이 같은 행태를 처음으로 지적하며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기도 했다. 미 재무부는 당시 보고서에서 “자본 유출이 원화 절하의 원인”이라며 “국민연금의 해외 자산 보유 규모가 2700억 달러에서 3300억 달러로 600억 달러 늘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국민연금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해 외환보유액 내에서 달러를 직접 빌려주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국민연금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조달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반으로 급등하자 전략적 환 헤지를 시작하며 달러 매도에 나섰지만 이미 원화 약세가 굳어진 뒤여서 실기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11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시장 개입에 대해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 급락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는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이번 환율 실무 협의에서 미국 측이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환율조작국 평가 기준은 △150억 달러 이상 대미 무역흑자 △국내총생산(GDP) 3%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 △1년 중 9개월 이상 달러를 순매수하고 그 금액이 GDP의 2% 이상 등 세 가지다. 우리나라는 앞의 두 가지가 해당돼 지난해 11월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미국이 국민연금의 달러 순매수를 문제 삼을 경우 사태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6월 발표될 환율 보고서의 분석 대상 기간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다. 이 기간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 규모와 외환시장의 영향력을 미국 측이 면밀히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은 1478.33원으로 연초 1310.90원 대비 12.7% 상승했다. 원화 가치는 떨어졌고 상대적으로 달러 가치는 올라갔다는 뜻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측이 연금의 해외 투자가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는 논리로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 측에서는 환율 상승은 글로벌 달러화 강세 등 대외 요인이 크게 작용했고 한은과의 스와프 확대나 환 헤지 도입 등 원화 약세를 막기 위한 노력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 협상이 시작하기 전으로, 미국 측이 어떤 의제를 요구할지 가늠하기 이르다”며 “섣부른 예단은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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