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가 또다시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1조 원 규모의 지역화폐 예산을 포함시키면서다.
지역화폐는 윤석열 정부 내내 정쟁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시그너처와 같은 정책인 탓에 국민의힘은 지역화폐라는 단어에 알레르기에 가까운 반응을 보여왔고 민주당은 같은 이유로 지역화폐에 목숨을 걸다시피 했다.
①0원→3000억 원…지역에선 “돈 달라”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정부가 편성한 지역화폐 예산은 0원이었다. 하지만 국회 논의를 거친 최종 예산안에는 2023년에는 3525억 원, 지난해에는 3000억 원의 지역화폐 예산이 반영됐다. 예산 증액 권한은 정부만 갖고 있는 만큼 감액안만 반영된 올해를 제외하면 정부·여당의 용인 없이는 아무리 ‘거대 야당’이라도 편성이 불가능한 구조다.
국회에선 찬반이 분분하지만 민심의 반응을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지방에서는 지역화폐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국비에 자체 예산을 더해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이유다. 민주당 소속 신정훈 행안위원장은 전날 “지역사랑상품권은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 99곳, 민주당 소속 지자체 70곳 등 총 170여 곳의 지자체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 간 빈부격차가 발생하기도 한다. 성남시처럼 재정자립도가 높은 곳은 과감한 지역화폐 예산 편성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지자체는 중앙 정부의 예산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탓이다. 실제 국민의힘 소속인 신상진 성남시장은 올해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애초 2500억 원으로 책정했다가 5000억 원 추가 발행하기로 했다. 지자체장 입장에서는 경제적 효과보다는 지역의 표심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국회도 민심의 눈치를 봐야 하는 만큼 매번 지역화폐 예산 증액에 찬성해왔다. 이에 이번 추경 협상에서도 결국에는 5000억 원 안팎의 지역화폐 예산이 최종안에는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②경기부양 마중물 vs 언 발에 오줌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2021년 보고서에서 “지역화폐 발행으로 지역 내 중소업체에서 영세업체로 소비가 이전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국회 토론회에서 “(대전) 대덕구는 지역화폐 사업 시행 후 예산의 2배 정도의 지출 증가 효과가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러한 주장들을 근거로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20년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 가능한 지역화폐는 지역 내 소상공인의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이는 동시에 인접 지역의 소매업 매출 감소를 의미한다”며 “지역화폐의 효과가 한정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해에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특별·광역시에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액이 지역 내 총생산 대비 1%포인트 증가할 때 인접 지역에서 상품권을 받는 업체들의 매출은 2.2% 감소한다”고 밝혔다. 지역화폐가 해당 지역에서만 반짝 효과를 보일 뿐, 나라 전체로 보면 ‘제로섬’이라는 분석이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지자체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 커지고 유통 사업자 배만 불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다만 양당 모두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연구자료 위주로 인용하면서 ‘제 논에 물 대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③온누리상품권은 전국서 사용…"가맹점 제한적”비판도
국민의힘이 지역화폐의 대안으로 내놓는 것은 ‘온누리상품권’이다.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불분명한 지역화폐보다 전국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이 소상공인 지원에 더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민주당은 같은 소비 성격의 상품권인데 온누리상품권은 되고 지역화폐는 안 되는 것이냐고 반박한다. 온누리상품권은 사용처가 전체 소상공인의 1.54%에 불과한 가맹점으로 한정된다는 부분도 지적한다.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상생페이백’을 놓고도 입장이 엇갈린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상생페이백으로 인한 경제효과는 7조 900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민 입장에서 어떤 사용처가 이에 해당하는지 알기 어렵고 사업 집행 상으로도 사업체의 매출정보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