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감을 느끼는 위기청소년 비율이 비(非)위기 청소년 비율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한 우울감을 경험한 위기청소년도 코로나 시기보다 늘어나 심리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4년 위기청소년 지원기관 이용자 생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위기청소년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고립되어 있다고 느끼는 비율은 43.5%에 달했다.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동·청소년인권실태조사가 14.0%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3배 넘는 차이가 벌어진 셈이다. 청소년복지지원법에 따라 2021년 여가부가 위기청소년 지원기관 이용자 생활실태조사를 처음 실시한 이래 고립감을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됐음에도 일상 생활이 어려운 수준으로 우울감을 느끼는 비율도 늘어났다. 지난 1년간 2주 내내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경험한 위기청소년은 33.0%로 2021년 대비 6.8%포인트 증가했다. 최근 1년간 자살을 시도해 본 적이 있는 위기청소년은 8.2%, 자해를 시도해 본 경험이 있는 위기청소년은 21.5%로 집계됐다.
황여정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보호·복지연구본부장은 “위기 청소년들은 위기 상황을 이겨내는 회복 탄력성이 낮은 편인데 코로나가 끝나고 일상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것이 요인으로 보인다”면서 “코로나가 끝나고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더욱 취약해지면서 가정 환경의 악화로 우울감이 심화된 것으로도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모 등 보호자로부터 신체폭력을 당한 위기청소년은 42.9%, 언어폭력을 당한 위기청소년은 44.6%였다.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가출을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7.7%로 2021년(32.6%) 대비 4.9%포인트 줄었다. 가출의 주된 이유로는 가족과의 갈등(69.5%), 자유로운 생활(34.3%), 가정폭력(26.3%) 순이었다.
다만 긍정적인 변화도 눈에 띄었다. ‘삶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위기청소년은 66.6%로 직전 조사였던 2021년보다 1.5% 포인트 늘어났다. 신체적·정서적 건강상태에 ‘좋은 편이다’고 응답한 비율도 각각 75.8%, 68.7%로 2021년보다 증가했다. 엔데믹으로 인해 사회환경 변화가 바뀌면서 은둔 경험이 있는 위기청소년 비율도 25.8%로 2021년(46.7%)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위기청소년이 바라는 지원 서비스로는 ‘일자리 제공(77.0%)’이 가장 많았다. 이어 ‘경제적 지원(74.9%)’ , ‘직업교육훈련·자격증취득(74.6%)’ , ‘건강검진 제공(74.1%)’ , ‘각종 질병 치료(72.1%)’ 등 다양한 정책 수요가 조사됐다.
여가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위기청소년 지원을 강화한다. 다음달부터는 시설을 퇴소하는 가정 밖 청소년의 생활안정이 이뤄지도록 압류방지통장(행복지킴이 통장) 개설 서비스를 시행한다.
또 가정 밖 청소년이 퇴소 직후 자립지원수당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라도 퇴소 후 5년 이내 신청하면 자립지원수당을 5년간 지급받도록 하고, 국민내일배움카드 훈련비를 200만 원 늘려 총 500만 원 지원한다. 훈련비 자부담 비율도 지난해 15~55%에서 올해 0~20%로 크게 낮췄다.
자살·자해 등 고위기청소년 대상 집중심리클리닉 전담인력을 올해 105명에서 2029년까지 240명 이상으로 확대 배치한다. 각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자문의를 위촉해 의학적 자문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여가부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청소년쉼터·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소년원·보호관찰소 등 위기청소년 지원기관 이용 경험이 있는 9세~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위기청소년 지원기관 이용자 생활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기간은 지난해 6월 20일부터 9월 13일까지로 4627명의 청소년이 조사에 참여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