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프랑스 현지에 연간 2만 톤 넘는 사용 후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합작 공장을 세운다. 가격·수급 변동성이 큰 배터리 핵심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고 유럽연합(EU)의 배터리 재활용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프랑스 1위 메탈 재활용·환경 서비스 기업 데리시부르그(DBG)와 손잡고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JV)을 설립했다고 29일 밝혔다. 유럽 내 최초 한-유럽 리사이클 합작 기업으로 양사 지분율은 50대 50이다.
합작법인은 프랑스 북부 발두아즈 지역 브뤼에르 쉬르 우아즈에 내년 착공한 뒤 2027년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이곳에서는 연간 2만 톤 이상의 사용 후 배터리·스크랩을 처리할 예정이다.
합작법인은 현지에서 수거한 사용 후 배터리와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 스크랩을 안전하게 파·분쇄해 검은 가루 형태의 중간 가공품 ‘블랙 매스’를 만드는 전(前)처리 전문 공장이다.
추출된 블랙 매스는 후(後)처리 공정을 통해 리튬, 코발트, 니켈 등 핵심 메탈로 재생산된다. 이후 양극재 생산과정을 거쳐 LG에너지솔루션 글로벌 생산시설에 최종 공급한다. 블랙 매스의 운송은 사용 후 배터리에 비해 용이한 만큼 후처리 공장은 대규모 공장 부지, 고용인력, 투자비 등을 고려해 위치를 결정될 예정이다.
양사는 LG에너지솔루션의 유럽 생산 거점인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을 통해 제공된 배터리 공정 스크랩과 DBG가 프랑스 및 인근 지역에서 수거한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해 원료를 확보해 나간다.
유럽자동차공업회(ACEA)에 따르면 프랑스는 2024년 유럽 전체 전기차 판매량(199만 3102대)의 15%(29만 614대)를 차지할 만큼 배터리 수요가 크다. 이에 사용 후 배터리 자원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DBG는 프랑스 전역에 200개 넘는 수거 시설을 보유해 프랑스의 사용 후 배터리 자원을 효과적으로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사용 후 배터리는 국외 운송이 까다롭고 운송 비용도 높아 원활한 자원 확보를 위해서는 배터리 수요가 많은 지역 내 전처리 공장 설립이 중요하다”며 “프랑스에서의 이번 협력이 유럽 배터리 리사이클 사업 확대의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합작법인 설립을 계기로 유럽 내 지속가능한 배터리 생태계 구축을 가속화한다. 지난해 시행된 EU의 배터리 및 폐배터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2031년부터 유럽 내 배터리 원재료 재활용 비율은 코발트 16%, 리튬 6%, 니켈 6%로 의무화된다. 2036년부터는 코발트 26%, 리튬 12%, 니켈 15%로 기준이 상향되는 만큼 선제적인 투자를 통한 규제 대응이 필수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핵심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해 공급망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럽 내 생산·판매·라사이클 등 배터리 모든 생애주기에서 선순환 체계를 갖춰 고객가치 역량도 한층 강화한다.
강창범 LG에너지솔루션 최고전략책임자(CSO) 전무는 "안정적 배터리 공급망 구축은 물론 유럽 배터리 리사이클 규제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배터리 리사이클 사업에서도 차별화된 기술 및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최고의 고객가치를 선보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압데라만 엘 어피어 DBG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파트너십은 환경적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 솔루션 개발이라는 우리의 목표를 전폭적으로 뒷받침하는 동시에 지역 사회와의 연계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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