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간과 인공지능(AI)이 협업하는 ‘프런티어 기업’의 등장으로 노동 환경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24시간 활용 가능한 AI를 통해 생산성을 크게 높이고 모든 근로자가 AI 에이전트(비서)를 사용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MS는 28일 ‘2025 업무동향지표’ 보고서를 발표하고 올해 가장 주목할만한 트렌드로 ‘프런티어 기업’을 제시했다. ‘개척’을 뜻하는 ‘프런티어’가 붙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기업에 발 빠르게 AI를 도입해 인간과 AI 에이전트가 함께 근무하는 하이브리드 팀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레드 스파타로 MS AI 기업 부문 부사장은 “AI는 조직의 경영 전략은 물론 우리가 인식하는 지식 노동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며 “올해는 프런티어 기업이 탄생한 해로, 앞으로 몇 년 안에는 AI를 통해 대부분의 산업과 조직에서 직원의 역할 경계가 새롭게 정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MS는 한국을 포함한 31개국의 글로벌 근로자 3만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 중 844명이 프런티어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런티어 기업은 인간과 AI의 협업 수준에 따라 총 세 단계로 나뉜다. MS는 AI가 반복적인 업무를 보조해 인간의 효율을 높이는 것을 1단계, AI가 인간의 지시에 따라 구체적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2단계, AI가 전체 업무 흐름을 주도하고 인간은 필요 시에만 개입하는 것을 3단계로 봤다. 그러면서 향후 2~5년 이내에 대부분의 조직이 프런티어 기업으로 전환을 시작할 것으로 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리더의 82%(한국 77%)는 12~18개월 안에 AI와 같은 디지털 노동력을 통해 근무 역량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했다.
MS는 전 세계 기업들이 업무 환경에 AI를 도입하고 있는 배경으로 비즈니스 수요 대비 인간의 역량이 부족한 점을 꼽았다. 실제로 글로벌 리더의 53%(한국 65%)는 지금보다 더 높은 생산성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리더를 포함한 근로자 80%(한국 81%)는 업무에 집중할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반면 AI는 24시간 활용할 수 있는 데다 일정한 속도·품질을 자랑하고, 무제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았다.
나아가 MS는 올해부터 AI 에이전트 활용이 본격화되며 ‘에이전트 보스’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봤다. 에이전트 보스란 하나 이상의 에이전트를 관리하는 인간으로, 모든 근로자가 최고경영자(CEO)처럼 AI를 다루는 사고방식을 뜻한다. 이번 보고서에서 관리자의 28%는 인간과 AI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팀을 이끌 담당자를 채용할 계획이며, 32%는 에이전트 설계·최적화를 위해 1년 6개월 이내 에이전트 전문가를 채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에이전트에 익숙하다고 답한 리더는 67%(한국 70%)였지만, 직원은 40%(한국 32%)에 그쳤다.
동시에 MS는 AI에 특화된 새로운 일자리도 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오성미 한국 MS 모던 워크 비즈니스 총괄 팀장은 “AI 트레이너, AI 데이터 분석 전문가, AI 전략 수립가 등 다양한 AI 관련 직무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링크드인 역시 올해 가장 주목받는 역량으로 ‘AI 리터러시(문해력)’를 제시하는 동시에 2030년까지 대부분의 직무에서 요구되는 기술의 70%가 변화할 것으로 봤다.
다만 MS는 AI의 활용도가 높아져도 판단·공감·사고력이 요구되는 업무는 여전히 인간의 개입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각 기업에서 AI 에이전트 1개당 이를 감독할 수 있는 인간의 비율을 설정해 AI를 효과적으로 조율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MS는 “고객 응대나 고위험 판단 등 인간의 개입이 필요한 영역과 자동화가 가능한 업무를 구분해 인간과 AI의 협업 구조를 정립해야 한다”며 “AI 도입을 기술 과제가 아닌 조직 혁신 과제로 보고 시범 운영에 그치지 않고 전사적으로 빠르게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MS는 이날 지난 달 ‘MS AI 투어 인 서울’에서 선보인 추론 기반 에이전트인 ‘리서처·애널리스트’도 시연했다. 리서처는 복잡하고 방대한 조사 업무를 지원하고, 애널리스트는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현지 모던 워크 GTM 매니저는 “이용자의 의도까지 포함해 리서치 보고서의 초안을 6분 안에 만들어준다”며 “이들 기능은 상반기 내 사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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