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26일 대선 호남권 순회 경선이 열린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본대회장에 응원봉을 들고 입장하자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연호했다. 이 후보는 "호남이 김대중·노무현·문재인에 이어 이재명을 선택해 네 번째 민주 정부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이 후보는 88.69%의 득표율로 지난 두 경선에 이어 호남권에서도 압도적 승리를 달성했다.
이번 호남권 순회 경선은 득표율보다는 당원들의 투표율이 오히려 관심이었다. 민주당은 앞선 두 번의 민주당 대선 경선과 당 대표 선거에서 낮은 투표율로 호남권 민심 이반을 확인했다. 이번 호남 경선 투표율 제고가 본선 표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투표 독려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권리당원·전국대의원 등 합산투표율이 53.67%를 기록, 지난 20대 대선 광주·전남 56.2%, 전북 53.6%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앞선 충청권(57.87%), 영남권(70.88%) 경선 투표율과 비교하면 제일 낮은 투표율이었지만, 지역에서는 이재명 후보 초반 독주로 투표율이 더 낮아질 것으로 우려한 것에 비해 생각보다 선전했다는 평가다. 특히 당원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호남권 권리당원 투표율의 경우 지난 대선 경선에는 광주·전남 40.29%, 전북 35.69%에 그쳤지만 이번 경선에서는 호남권(광주·전남·전북) 53.59%로 크게 개선됐다.
박범계 민주당 선관위원장은 "호남권 이번 경선 투표율은 지난 대선 경선과 비슷했지만, 권리당원 수가 21만에서 37만명으로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더 많은 당원이 투표에 참여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투표율 제고를 위해 민주당, 특히 호남권 '반명' 정서를 의식한 이재명 후보 측의 노력이 당원들의 마음을 일부나마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결과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매우 바쁘고,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호남인들께서 더 큰 기대와 책임을 부여해 준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고 했다. 호남의 경선 투표율이 낮다는 지적에는 "권리당원 숫자가 많아 투표율이 낮을 수 있다"면서도 "당원 수, 투표자 수는 더 늘어났기 때문에 그런 점을 살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광주·전남 지역은 이 후보가 2021년 대선 경선 당시 유일하게 이낙연 후보에게 밀렸던 곳이다. 지난해 총선 때는 호남에서 조국혁신당에 뒤졌고, 이달 초 재보궐선거에서는 담양군수를 조국혁신당에 내줬다. 이 후보는 이례적으로 이번 경선 기간 호남 방문에만 1박 2일을 투자하는 등 공을 들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호남을 당연스럽게 여기지 않고 중요한 곳이라는 점을 계속 어필하고 있다. 본선에서도 호남의 큰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한 호남 의원은 “경선에서 이 후보의 득표율보다 투표율에 더 의미를 둬야 한다. 다른 지역보다 여전히 낮은 점은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이 후보는 연설에서 "호남이 김대중을 키웠기에 평화적 정권교체와 IMF 국난극복이 가능했고, 호남이 노무현을 선택했기에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이 열렸고, 호남이 선택한 문재인이 있었기에 촛불혁명을 계승하고 한반도 평화의 새 지평으로 나아갔다"며 "빛의 혁명, K-민주주의도 이 빛고을 광주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광주를 인공지능(AI) 중심 도시로 발전시키고, 전남·전북 일대에 RE100 산업단지를 구축하는 등의 지역 공약으로 민심에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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