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워질수록 삼계탕을 먹으며 더위를 이겨내는 시민이 많다. 외식 물가가 크게 올라 집에서 삼계탕을 해 먹는 사람이 많은데 여름철에는 닭, 오리 등을 섭취하다 발생하는 캠필로박터 제주니(캠필로박터) 식중독도 늘어나 생닭 등 식재료 관리에 주의가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캠필로박터는 닭, 오리 등의 가금류와 야생조류 등의 내장에서 많이 발견되는 세균이다. 감염 시 복통, 설사, 발열 등이 주요 증상이다. 캠필로박터 식중독은 닭고기를 완전히 익히지 않고 섭취하거나 닭 등을 세척한 물이 다른 식재료에 튀어 교차오염으로 인해 식중독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았다. 식약처의 ‘2023년 식품의약품통계연보’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캠필로박터 식중독 환자 수는 총 2134명에 달한다. 연도별 환자 수는 2018년 453명, 2019년 312명 , 2020년 515명, 2021년 584명, 2022년 270명으로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특히 생닭을 흐르는 물에 씻으며 교차감염으로 세균에 오염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 생물 교사이자 과학 실험 콘텐트를 제작하는 유튜버 포켓생물은 최근 생닭을 물에 씻은 후 이를 실험한 영상을 공개했다. 실험은 마트에서 구입한 생닭을 싱크대에서 흐르는 물에 씻은 뒤 현미경으로 닭을 씻은 물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관찰 결과 100배율로 확대했을 때는 뚜렷한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지만, 400배율로 확대하자 다양한 세균들이 꿈틀거리는 모습이 관찰됐다. 포켓생물은 “생닭 표면에는 살모넬라균 등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세균이 존재한다”며 “생닭을 씻을 때는 세균이 넓게 퍼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처럼 생닭은 물에 씻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닭고기에는 캠필로박터, 살모넬라, 웰치 등 식중독을 유발하는 각종 박테리아가 있는데, 물에 씻는 과정에서 이 박테리아들이 주변으로 퍼질 수 있다.
2019년 미국 농무부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가 성인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생닭 세척을 실험한 결과, 싱크대 주변이 세균으로 오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심지어 닭을 씻는 사람의 입속으로도 세균이 들어갔다. 이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와 식품의약국(FDA)도 생닭을 물로 씻는 행위를 삼가고, 최소 74℃에서 가열하기만 하면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FDA는 “위험하게 고기를 물에 씻는 불필요한 일은 하지 마라”고 당부했다.
캠필로박터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 씻기, 구분보관 등 식중독 예방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음식을 조리하기 전 비누 등 손 세정제를 이용해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깨끗하게 손을 씻어야 한다. 생닭 등을 만진 후 다른 식재료를 손질하기 전에도 반드시 다시 손을 씻어야 한다. 냉장고에 보관할 때는 생닭의 핏물이 다른 식품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의 제일 아래 칸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또한 삼계탕 등을 조리할 때는 캠필로박터균 등의 교차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생닭을 손질하기 전에 채소류를 먼저 다듬어 준비한다. 식약처는 채소류를 시작으로 육류, 어류, 가금류 순서로 전처리 및 세척하라고 권고한다. 이어 칼, 도마 등 조리도구를 육류, 생선, 채소·과일 등 식재료별로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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