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부족이 불러온 사고입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서울시 하수관로 담당자는 서울시내에 싱크홀(땅꺼짐)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예산’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예산 문제로 서울시내 매설된 하수관의 노후도가 높아지는 속도를 정비 속도가 못 따라간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연 간 최소 200㎞의 노후 하수관로를 정비해야 속도를 따라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올 들어 서울시에서만 5건의 싱크홀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에는 사망자가 발생한 건도 있다. 시의회의 자료를 보면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이유가 충분히 납득이 간다.
서울시 도시안전건설위원회에 따르면 매설된 하수관로 중 30년 이상 된 관로는 6029㎞로 10년 만에 1000㎞가 늘었다. 상수관로까지 합하면 1만1000㎞를 훌쩍 넘긴다. 그러나 매년 시가 정비하는 관로는 100㎞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하더라도 현 시점의 노후 관로를 정비하는 데만 100년 이상이 필요한 셈이다.
문제는 매년 증가하는 관로 비중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시는 전수조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예산 부족으로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기계는 물론 인력도 충분히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한국보다 공동조사가 10년 이상 앞선 일본은 싱크홀이 빈번히 발생함에 따라 노후 하수관 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쿄도는 하수도 시설비의 50~55%, 전체예산의 10%를 중앙정부에게 지원 받는다. 이는 연간 약 5000억 원으로 서울시의 예산(2000억 원)의 2.5배 수준이다.
서울시는 하수관로 개량에 대한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추경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싱크홀 대비 예산 편성에는 뜻을 모으고 있다. 최근 서울시의회는 지반침하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 개선안 3종을 통과시켰고, ‘서울시의 노후하수도에 대한 국비 보조금 지원 근거'를 부활시켜달라는 내용의 건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10년 전 고(故) 박원순 전 시장 때도 노후 하수관 교체 사업을 위해 1000억 원의 국비 지원을 요청했지만 정작 받은 금액은 100억 원에 그쳤다. 싱크홀 발생 당시에는 우호적이던 예산조성 여론이, 또다른 사고나 일이 발생하면 후순위로 밀리기 때문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하루 빨리 싱크홀 예산을 확보해 노후관로에 대한 대비에 나서야 한다. 10년 전의 실수를 또 다시 반복한다면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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