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지상에 1억도 인공태양 띄워라"…핵융합에너지 개발 경쟁 치열

[전세계 상용화 속도전]

탄소배출 없이 친환경 전기생산

기후위기·AI 대응 에너지로 주목

佛·中 장시간 플라스마 유지 성공

韓도 1억도서 48초간 장치 운전

국내 연구진, ITER도 적극 참여





“핵융합로를 빠르게 허용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기후위기 대응과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의 해법으로 ‘인공태양’, 즉 핵융합 에너지를 꼽는다. 핵융합 에너지는 태양처럼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전력을 생산하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바닷물 속 풍부한 중수소를 연료로 사용해 탄소 배출 없이 전기를 만들어낸다. 연료가 무한해 화석 에너지처럼 연료 고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재생에너지처럼 변덕이 심한 기후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원자력 에너지처럼 방사성 폐기물을 만들지도 않는다. 지금 전 세계 각국과 민간 기업이 핵융합 에너지를 주목하는 이유다. 하지만 아직 핵융합 기술을 상용화한 국가나 기업은 없다. 오영국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원장은 “아직 세계 핵융합 에너지 연구는 실험실 수준”이라며 “2050년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 기술을 상용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억℃에서 만들어지는 지상의 태양…전 세계 경쟁 치열


핵융합이란 두 개의 가벼운 원자핵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는 현상을 말한다. 핵융합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태양이다. 태양은 수소 원자들이 스스로 융합해 헬륨이 되면서 빛과 열을 낸다. 태양뿐 아니라 우주에 있는 10의22승 개의 별이 모두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만든다. 핵융합 에너지는 별의 핵융합 반응을 지상에서 구현하려는 인류의 도전이다. 지구에서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연료 외에도 1억 도 이상의 고온 환경, ‘플라스마’ 상태가 갖춰져야 한다. 플라스마는 초고온에서 음전하를 가진 전자와 양전하를 띤 이온으로 분리된 기체 상태다. 태양을 비롯한 우주는 99% 이상이 플라스마다. 번개나 오로라 등도 모두 플라스마 상태다. 플라스마 환경을 조성했다면 이 환경을 가둬둘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장치는 도넛 모양의 ‘토카막’이다. 연료와 플라스마·토카막.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려면 수 조 원의 돈이 필요하다. 전 세계가 1950년대부터 핵융합 연구를 시작했지만 아직도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전 세계 여러 정부와 민간 기업은 현재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에 많은 자원을 쏟고 있다.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도 그중 한 곳이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이 운영하는 ‘KSTAR’는 2007년 국내 기술로 완공된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로 핵융합로 건설을 위한 핵심 기술(초고온 고밀도 장시간 운전, 1억 도 이상 300초 운전 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 초 한국의 경쟁국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는 5000만 도 환경에서 1337초간 플라스마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은 플라스마 전자를 1억 도로 가열해 1066초 동안 유지하기도 했다. 한국은 지난해 4월 원자핵을 1억 도에서 가열해 48초간 장치를 운전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더 오랜 시간 장치를 운전하는 것과 고온을 유지하는 것 중 어느 쪽이 중요할까. 고온의 플라스마 상태에서는 입자들이 사방으로 빠른 속도로 튈 수 있고 이 경우 토카막이 손상되기도 한다. KSTAR의 전략은 가능하면 고온에서 장치가 훼손되지 않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 원장은 “더 오랜 시간 운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간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플라스마 상태까지 온도를 끌어올리고 다양한 실험을 진행해 실제로 전력을 얼마나 많이 만들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 핵융합 실험 중심에 한국 연구진…예산·인재 확보 시급


한국 핵융합 연구는 다른 나라보다 시작은 늦었지만 기술력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특히 고온·고밀도·안정적 제어에 강점을 갖고 있어 현재 진행 중인 실험의 절반 이상이 해외 연구진의 공동 제안 실험일 정도로 글로벌 신뢰도가 높다. 특히 ‘자기장 전밀도’는 한국 기술의 핵심 강점이다. 자기장이 강하면 플라스마를 더 효과적으로 가둘 수 있는데 KSTAR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기장 전밀도 제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KSTAR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서도 귀한 손님이다. ITER는 프랑스에서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로 7개 국가(유럽연합·미국·일본·한국·러시아·중국·인도)가 모여 실험 장치를 함께 만들고 운영하고 비용과 인력을 분담하는 프로젝트다. 한국의 연구진은 ITER에서 핵심 부품을 제작하고 성능·실험 및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ITER의 규모는 KSTAR의 30배 만큼 크지만 단면을 잘라놓고 보면 모습이 거의 유사하다. 따라서 ITER 입장에서는 여러 기술을 사전에 테스트하기에 KSTAR가 유용하고 KSTAR는 ITER의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어 이롭다.

발전소를 세우고 실제로 전력을 만들어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KSTAR에서는 하루 1~2건의 실험이 진행된다. 하지만 이를 디지털 공간에서 실행하는 ‘디지털 트윈’을 구현해 하루에도 수십 건의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예산과 인력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전략이다. 오 원장은 “절반은 사람이, 절반은 컴퓨터가 실험을 수행해야 핵심 기술 확보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관건은 민관 협력이다. 대부분 국가들이 핵융합을 공공이 주도하고 있지만 민간 자본과 기술이 더해지면 더 유연하고 빠른 실험이 가능하다. 실제로 미국의 민간 기업인 헬리온에너지가 이미 시제품을 완성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올해 초 오픈AI가 투자하면서 개발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오 원장은 “법과 제도·펀드를 마련해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