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설립된 파네시아는 제조 공정 최적화에 특화된 인공지능(AI) 기반 링크 솔루션을 앞세워 기업가치 3500억 원 규모로 성장한 대표적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원 창업 기업이다. 파네시아뿐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AI 영상 진단 기업 루닛, 화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뷰티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폴리페놀팩토리 역시 KAIST 출신 인재들이 설립한 기업들이다. KAIST가 배출한 기술 창업 기업들이 산업 전반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KAIST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8월까지 교원·재학생·동문이 창업한 기업 수는 총 522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22곳은 이미 국내 증시에 상장했으며 KAIST 창업 기업들이 창출한 누적 기업가치는 1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단순한 창업 숫자를 넘어 과학기술 기반 기업들이 실질적인 산업 가치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2010년대부터 이어져온 KAIST의 제도적 뒷받침이 있다. KAIST는 2010년을 전후해 기술 창업을 적극 장려하는 정책을 도입한 데 이어 2021년 이후 관련 제도를 대폭 손질했다. 1세대 벤처기업가들의 스승으로 불리는 이광형 총장이 2021년 취임하며 내건 ‘1랩 1창업’ 비전이 전환점이 됐다. 학생 창업의 경우 최대 4학기로 제한됐던 휴학 기간을 사실상 무기한으로 확대했고 교원 창업 역시 복잡했던 심의와 총장 승인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연구와 창업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벽이 낮아지면서 학내 전반에서 창업에 대한 관심과 도전이 빠르게 확산됐다.
학교 차원의 실질적 지원도 창업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KAIST는 창업 기업을 대신해 시제품을 제작하고 외부 전문가를 매칭해 제작비를 지원하는 ‘패스트 프로토타이핑’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평균 2년가량 소요되던 시제품 제작 기간을 6개월로 단축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프로그램은 2023년 신설 이후 창업 기업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지원 또한 이어지고 있다. KAIST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 단독 부스를 마련해 창업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했다. 이번 CES에는 총 12개의 창업 기업이 참여했으며 부스 비용은 KAIST가 전액 부담했다. 글로벌 바이어와 투자자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참가 경쟁률은 3대1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장에 참여한 이해신 폴리페놀팩토리 대표는 “부스를 열자마자 국내 정부 관계자는 물론 해외 유통·투자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며 “제품 경쟁력과 기술 스토리를 직접 설명하며 해외 진출 확대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해신 KAIST 화학과 석좌교수가 창업한 폴리페놀팩토리는 화학 지식을 적용한 기능성 헤어 제품을 개발해 최근 아마존에서 완판을 기록하는 등 과학기술의 실용적 활용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KAIST는 앞으로도 기술 기반 창업 생태계 고도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배현민 KAIST 창업원장은 “일자리 창출과 성장 동력 발굴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환경에 적합한 기술 창업 모델을 지속적으로 정립해나가겠다”며 “연구 성과가 시장과 산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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