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에서 2시간을 달려 도착한 춘천 레고랜드.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테마파크는 봄나들이를 즐기러 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기대하는 눈빛으로 달려가는 곳이 있었다. 이들의 뒤를 따라가서 만난 것은 ‘닌자고(NINJAGO)’의 세계. 그 가운데 레고랜드가 최근 새로 오픈한 어트랙션 ‘스핀짓주 마스터’가 있다.
이순규 레고랜드 대표는 이에 대해 “레고라는 글로벌 지식재산권(IP)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레고랜드는 아직 잠재력의 반의반도 오지 못한 것 같다”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많고 이제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 12세 이하 어린이를 주요 타깃으로 한 레고랜드는 스릴 있는 어트랙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스핀짓주 마스터는 다른 레고랜드 놀이기구와는 달리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롤러코스터다. 레고랜드 정책상 수직으로 회전하는 대신 좌석이 좌우로 360도 돌아가는 ‘스피닝 롤러코스터’다.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동안 스핀짓주 마스터에 탄 성인 고객들이 “꺅”하고 질러대는 비명이 들려왔다.
닌자고는 레고의 인기 IP로 4대 원소(불·흙·번개·얼음)의 힘을 사용하는 닌자들의 이야기다. 이에 기반해 각각 4개의 좌석이 있는 라이드 4개가 연결돼 총 16석의 롤러코스터를 구성한다. 각 좌석마다 회전하는 속도와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스핀짓주 마스터를 완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열여섯 번을 타봐야 한다. 레고랜드코리아는 200억 원을 투자해 전 세계 10개 레고랜드 중 처음으로 스핀짓주 마스터를 한국에 도입했다.
좌석에 앉자 안전바가 내려가고 곧 스핀짓주 마스터가 가동됐다. 출발 직후 롤러코스터는 레고랜드 전체 풍경이 보일 만큼 높이 올라간다. 이후 약 16m 고점에서 최고 속도 시속 57㎞로 내려가자 짜릿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속도는 전 세계 레고랜드 어트랙션 중 가장 빠른 것이다. 경기도 용인의 에버랜드가 자랑하는 롤러코스터 ‘티익스프레스’만큼은 아니지만 어른들도 즐기기에 충분했다.
이 대표는 이날 함께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레고랜드가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스릴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는데 허언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고속으로 질주하는 롤러코스터가 좌우로도 빠르게 360도 회전하기 때문에 멀미가 심하다면 탑승을 피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 이날 탑승을 마친 한 부부 고객은 “아이들과 함께 탔다”며 “롤러코스터가 옆으로 뱅글뱅글 돌아 무섭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신규 어트랙션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레고랜드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3년간 레고랜드의 방문객 수는 꾸준히 감소해왔다. 개장한 2022년 5월부터 12월까지 방문객 수가 65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2023년 63만 명, 2024년 49만 명을 기록해 매년 줄고 있는 상황이다. 주말에는 어트랙션 대기 시간이 최대 1시간에 달할 정도로 방문객이 많다지만 오픈 당시 목표로 한 연간 방문객 200만 명 유치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결과적으로 적자도 이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 발표된 2023년 실적에서 당기순손실 288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2년(110억 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622억 원에서 494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지난해는 영업적자 규모가 감소하는 등 긍정적인 흐름이 나타났다”며 “테마파크는 초기 투자 비용이 큰 만큼 이를 감가상각하는 과정에서 장부상 적자로 나타나는 수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실적 문제와 함께 고객이 즐길 만한 식음료(F&B)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다른 테마파크와 비교해도 메뉴 구성이 인스턴트 음식 위주라 아이들과 사 먹을 만한 음식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이 같은 평에 대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며 “자녀에게 제대로 된 밥을 먹이고 싶다는 부모님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한식 메뉴를 추가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레고랜드는 올해 과감한 시설 투자와 콘텐츠 개발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다. 당장 가족 단위 고객이 몰리는 5월부터 6월 중순까지 ‘레고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전 세계 7개 레고랜드에서 동시 진행하는 축제로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개최한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레고랜드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성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진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