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21일 국내 증시의 낮은 주주 환원율을 지적하면서 기업에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을 적극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업계에서는 주주 환원을 기업 자율에 맡기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제할 경우 투자 위축, 재무구조 악화 등 부작용만 커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자본시장 활성화 간담회에 참석해 “해외 선진국은 주식으로 배당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배당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발언했다. 특히 국내 배당성향이 중국 대비 낮은 문제를 거론하면서 “배당성향이 낮으니 주가가 하락하고 투자자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내 배당성향이 낮은 것은 세제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배당소득을 포함한 금융소득이 연 2000만 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로 분류돼 최고 49.5%의 세율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대주주 등 배당 의사 결정권자들이 배당을 꺼리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배당소득을 분리과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도 간담회에서 “배당소득세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후보는 배당소득세 조정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특정 소수가 혜택만 보고 세수 감소를 감수할 만큼 배당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인지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상장회사의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해 주주 이익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면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시사하는 발언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자사주를 대주주 사익을 위해 활용하는 것은 막아야 하지만 소각 여부를 법으로 정하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자사주 외에는 마땅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사주 취득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신주를 발행하지 않고 자사주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지급하는 등 일부 사례에서는 지분율이 희석되지 않아 기존 주주 이익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시장 평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법으로 강제할 영역이 아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한 관계자는 “단기 주가 부양 목적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면 효과가 지속되기 어렵다”며 “보유 현금 등 재무구조와 투자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안정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투자 여력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을 강제하면서 코스피지수 5000을 제시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주가지수는 기업 성장에 따른 내재 가치와 맞물려 상승해야 하는데 인위적으로 주가만 띄울 경우 자칫 거품이 생길 수도 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경제 펀더멘털은 고려하지 않고 주가지수만을 목표로 제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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