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자신의 기준금리 인하 요구에 파월 의장이 응하지 않는다는 불만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파월 의장을 압박하자 미국에서 대통령이 연준 의장에 대한 해임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현지 유력지들은 대체로 대통령이 마음대로 연준 의장을 해임할 권한은 없다고 진단하는 모습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트럼프에게 파월 의장을 해임할 권한이 있는지에 대해 “법적으로 이에 대한 답은 복잡하고 검증된 바가 없다”면서도 “지금껏 어떤 연준 의장도 대통령에 의해 쫓겨난 적이 없다”고 진단했다. 연방준비법에 따르면 연준 의장과 이사들은 부정행위 등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해임될 수 있다. 그러나 금리 등 정책 관련 의견불일치가 해임 사유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연준 전문가 세라 바인더는 “(해임을 둘러싼 법적 분쟁시) 법원은 일반적으로 금리 설정과 관련한 의견충돌을 정당한 사유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판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미 대통령은 뉴딜 정책에 반대하는 윌리엄 험프리 당시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을 해임했지만 2년 뒤 연방대법원은 관련 조처가 불법적이라고 판결했다. 관련 법은 부정행위나 직무태만, 무능 등 사유가 아니면 위원장을 해임할 수 없도록 했는데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쫓아낸 건 잘못됐다는 것이다.
다만 미 연방대법원이 판례를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한다. 미 연방 대법관 구성은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집권(2017~2021년)을 거쳐 현재 6대 3으로 보수가 우위에 있는 상태다.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보장 관행을 무시하고 해임한 노동관계위원회(NLRB), 공무원성과체계보호위(MSPB) 등 당국자와 관련한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관련 재판에서 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편을 들어준다면 파월 해임과 관련한 법적 분쟁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파월 의장은 조기퇴진은 없다고 강조한다. 파월 의장은 16일 시카고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우리는 어떠한 정치적 압박에도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연준은 미국인에게 무엇이 최선인지에만 근거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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