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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공 확대의 역설…취업 잘되는 경영·컴공 더 쏠렸다

[융합형 인재 양성 취지 무색]

이대 259명 중 118명이 경영·컴공

인기과 쏠림 심화…학사 진행 차질

총학·교수 "선발인원 감축" 건의

고대 학생회서도 제도 개선 요청

교육계 "예견된 부작용" 날선 비판

연세대 교정. 연세대 제공




교육부가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전공자율선택제(무전공)를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입학생들은 경영학과·컴퓨터공학과 등 취업에 유리한 학과에 쏠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학에서는 인기 학과에만 수강신청이 쇄도하면서 학사 진행에 차질을 빚자 무전공 선발 인원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인문대 등 소수 학과는 무전공 학과에 안 그래도 적은 정원을 뺏기면서 ‘순수학문 고사’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이화여대 총학생회 측은 최근 열린 대학 평의원회에서 “무전공 선발로 학생들이 특정 학과에 몰리고 있다”며 선발 인원 확대를 재고해봐야 한다고 건의했다. 자연대 소속 한 교수 역시 “전공 쏠림으로 인해 학사 진행에 큰 차질이 있다”며 선발 인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화여대는 2018년부터 모집 정원의 약 10%인 350명 안팎을 호크마교양대학 소속으로 무전공 선발하고 있다. 융복합 인재 양성을 위해 도입한 제도지만 매년 경영학과·컴퓨터공학과 진학 인원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해 ‘쏠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도 호크마교양대학 2학년 259명 중 118명이 두 개 학과에 무더기 진학했다.

올해부터 정원 36명의 ‘학부대학’을 신설하며 무전공 선발 인원을 대폭 늘린 고려대도 벌써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무전공 입학생 상당수가 경영·컴퓨터 등 인기 전공 기초과목 수강신청을 도전했다가 실패하면서 학생회 측에서 전용분반 개설을 비롯한 제도 개선을 요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무전공 입학생들은 각 전공별 기초과목 3~6학점을 이수해야 2학년 때 전공 진입을 할 수 있다. 예컨대 경영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1학년 때 회계학원리와 경영통계 수업을 들어야만 한다. 학생회 측은 “수강신청 어려움이 있는 것은 물론 사실상 입학과 동시에 전공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무전공 제도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인기과 쏠림 현상이 벌써부터 가시화되면서 대학가에서는 ‘예상했던 결과’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가 각 대학별 수십억 원 인센티브까지 내걸며 무전공 선발 비중을 2024학년도 6.6%에서 2025학년도 28.6%까지 끌어올렸지만 현 대학교육 환경 하에서 융복합 인재 양성이라는 본래 취지 달성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무전공 확대 방침을 발표한 지난해 초 반대 입장을 내놓았던 강창우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전 전국국공립대인문대학장 협의회장)는 “이전에도 비슷한 취지로 학부제·자유전공학부 등을 설치했다가 인기과 쏠림으로 인해 결국 기존의 학과제로 돌아간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이미 1년 전부터 예견됐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2009~2015년 운영됐던 연세대 자유전공학부는 90% 이상이 상경계열로 진학하자 정원의 3분의 1 이상이 단일 학과에 진학할 수 없도록 ‘쿼터제’를 도입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도 지난해 1학기 기준 전공 선택을 한 학생 65%가 상경계열 혹은 컴퓨터공학과로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전공 학생들의 경우 약한 소속감 등으로 인해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도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서울 주요 대학의 무전공 중도탈락률은 일반 학과보다 최대 5배 이상 높았다.

무전공 확대는 타 학과 교수들로부터도 큰 불만을 자아내고 있다. 수도권 대학의 경우 정원 규제가 있어 무전공 학과 신설 시 타 학과의 정원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순수학문의 경우 학년당 정원이 열댓 명 안팎에 불과한 경우도 많아 소속 교수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인기 학과 역시 정원이 감축되면 동문 수도 그만큼 줄어드는 만큼 교수들의 반발이 크다.

연세대의 한 교수는 “내년부터 진리자유학부가 신설되면서 경영대·컴퓨터과학과 교수들의 불만이 매우 크다”며 “학과별로 정원이 수십 명 깎이게 돼 ‘동문 파워’가 줄어들 우려가 있는 데다가 수강신청 인원이 늘어나 교육 환경이 전반적으로 더 열악해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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