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003230)이 ‘불닭’ 열풍에 힘입어 주가 100만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틀 연속 시가총액 7조 원도 지키며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우상향하는 실적과 주가에 소액주주는 1년 사이 80%나 늘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지난 17일 종가 기준 93만 6000원에 마감하며 주식시장의 최고 명예인 ‘황제주’ 등극이 임박했다. 삼양식품 시가총액은 이틀째 7조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17일 기준 7조 509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16일 처음으로 7조 원 벽을 넘은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당 가격도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주 일부만 가지고 있던 ‘황제주’ 반열에 합류할 태세다.
글로벌 ‘불닭 시리즈’의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삼양식품은 국내 식품업계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한때 식품업계를 대표하던 CJ제일제당(3조 5000억 원대)의 두 배, 라면업계 1위 농심(004370)(약 2조 5000억 원)의 세 배에 달하는 시총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농심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주주들이 농심 주가가 삼양식품과 비교해 부진하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삼양식품은 코스피 시총 순위에서도 59위로 올라서며 화장품 대표기업 아모레퍼시픽(090430)(6조 5000억 원)과 방산업체 LIG넥스원(079550)(6조 3000억 원)을 제치고, 한국항공우주(047810)(7조 7000억 원), 대한항공(003490)(7조 4000억 원), HD현대마린솔루션(443060)(7조 4000억 원), 한화시스템(272210)(7조 2400억 원) 등을 맹추격하고 있다. 올해 주가 상승률은 21.83%로, 농심(9.63%)을 크게 앞서는 상황이다.
수출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삼양식품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전쟁으로 최대 시장인 미국 수출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지난 10일 미국의 상호관세 90일 유예 발표 이후 주가가 10.8% 급등했다. 이는 삼양식품의 글로벌 경쟁력과 해외시장 다변화 전략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음을 방증한다. 특히 1분기 실적 기대감에 힘입어 5거래일 연속 상승하는 강한 모멘텀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는 삼양식품의 목표주가를 110만 원으로 제시하며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은 1분기에도 수출 부문이 40% 이상 고성장하며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호 LS증권 연구원은 “밀양 2공장이 예정대로 하반기에 생산에 돌입하면 유럽 법인의 성장이 기대되며, 미국 관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있더라도 가격 경쟁력으로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불닭 시리즈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삼양식품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도 급증했다.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 카인드에 따르면 지난해 삼양식품 소액주주는 3만 2616명으로 전년 대비 80.81% 급증했다. 2022년 1만 8039명에서 1년 만에 1만 4000명 이상 늘어난 것이다. 소액주주는 발행 주식 총수의 100분의 1 미만을 보유한 투자자를 의미한다.
지난해 삼양식품 주가는 254.17%라는 놀라운 상승률을 기록했고, 올해도 이날까지 22.35% 올라 다시 한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강세는 단순한 투기성 거래가 아닌 실적에 기반한 투자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1분기 실적 전망도 밝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1분기 매출 전망치는 4913억 원, 영업이익은 101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각각 27.38%, 26.84% 증가한 수준이다. 박성호 LS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의 국내 부문은 경기 둔화 영향으로 다소 부진했으나 해외 부문의 고른 성장세가 유지됐다”며 “미국 법인의 경우 견조한 판매량과 고환율 효과로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이라는 단일 히트상품에 의존하지 않고, 카레불닭, 치즈불닭 등 다양한 맛의 제품군을 개발하며 글로벌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국가별 선호도와 식문화를 고려한 현지화 전략도 해외시장에서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주가가 90만 원을 넘어서며 일부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올해 들어 16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1035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해 약 727억 원을 순매수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꾸준한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주가 상승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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