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둘만 모여도 온통 ‘한덕수 출마’ 얘기뿐입니다.”
17일 국민의힘 복수 관계자들은 최근 당의 분위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대선 경선 레이스가 본궤도에 올랐지만 경선 후보보다 ‘링 밖’에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거취에 더 큰 관심을 쏟고 있다는 얘기였다. 한 권한대행이 승부수로 던진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 지명은 불발됐고 대선 주자의 집중 견제도 계속되지만 ‘한덕수’만이 대선 게임체인저라는 분석에서다. ‘한덕수 차출론’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는데 뜨거워져야 할 국민의힘 경선은 김이 빠지면서 당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들은 ‘한덕수 대망론’이 불거진 뒤 하루도 빠짐없이 한 권한대행 출마 불가론을 외치고 있다. 당 스스로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자강론’부터 경선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기회를 줘서는 안 된다는 ‘무임승차 금지론’,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 전념해야 한다는 ‘국정 집중론’ 등 모든 논리를 총동원하고 있다. 더구나 헌법재판소가 전날 한 권한대행의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효력을 정지시켜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되지만 한덕수 차출론은 더 강해지는 양상이다. 실제 보수층에서 ‘한덕수 출마론’에 오히려 힘이 실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YTN라디오에서 “(헌재 결정으로) 보수층만 놓고 보면 한 권한대행 쪽으로 더 쏠릴 것”이라며 “한 권한대행 자신에게도 대선에 출마할 명분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도 “모든 가능성이 다 열려 있는 상황이 아니겠느냐”고 여지를 남겼다.
한 권한대행을 향한 여론의 관심도 뜨겁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 여론조사공정이 15~16일 ‘지지하는 정당이 없거나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무당층 총 6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32.9%), 이준석 개혁신당 예비후보(9.8%)와의 가상 3자 대결에서 30.4%의 지지를 얻었다. 보수 진영 주자들 중 유일한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이처럼 한 권한대행에게 시선이 쏠리면서 당 경선은 흥행에 비상등이 켜졌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경선은 하나 마나 한 경선”이라며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어차피 후보는 한덕수”라는 당내 심리가 팽배한 상황이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경선 후보 8명의 토론회 조 추첨 행사를 진행한 결과 A조는 김문수·안철수·양향자·유정복 후보, B조는 나경원·이철우·한동훈·홍준표 후보(가나다 순)로 편성됐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15~16일 전국 남녀 유권자를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으로 진행했다. 전체 응답률 4.7%로 최종 8004명이 응답한 가운데 무당층을 추려 심층 분석했다. 전체 표본은 올 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에 따른 성·연령·지역별 가중값 부여(셀가중)로 추출했다. ‘무당층’ 638명의 표본오차는 95%의 신뢰 수준에 ±3.9%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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