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세포의 흥분과 억제 반응을 모방해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정보를 스스로 처리하고 학습할 수 있는 새로운 반도체 소자 ‘뉴랜지스터’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인공지능(AI) 반도체로 개발돼 연산 능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김경민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따라 변화하는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액체 상태 기계(LSM)의 하드웨어 구현을 가능하게 하는 뉴랜지스터 소자 개발에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에 이달 8일 게재됐다.
뉴랜지스터는 뇌 신경세포 ‘뉴런’과 반도체 소자 트랜지스터를 합친 말로 뉴런의 특성을 응용해 트랜지스터 역할을 한다. 현재 컴퓨터는 동영상과 같이 시간 흐름에 따라 변하는 데이터인 시계열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복잡한 알고리즘을 사용하는데 이는 많은 시간과 전력 소모를 필요로 한다. 연구팀은 뉴런처럼 흥분하거나 억제되는 반응을 전기 신호만으로 동시에 구현해 시계열 데이터의 정보 처리에 트화한 단일 반도체 소자를 개발했다.
뉴랜지스터는 산화 티타늄(TiO2)과 산화 알루미늄(Al2O3)이라는 두 산화물층을 쌓아 만든 구조로 두 층이 맞닿는 계면에서는 전자가 자유롭게 빠르게 이동하는 이차원 전자가스(2DEG)층이 형성된다. 이 층의 양 끝에는 흥분성 및 억제성 신호에 모두 반응하는 뉴런형 소자가 연결된다. 이 구조를 통해 뉴랜지스터는 게이트 전압의 극성에 따라 소스와 드레인 간에 흥분성(EPSP) 또는 억제성(IPSP) 반응을 선택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연구팀은 뉴랜지스터를 기반으로 복잡한 시계열 데이터를 처리하는 ‘두뇌형 정보처리 시스템’인 LSM을 구현했다. 실험 결과 뉴랜지스터를 활용하는 경우 기존의 방식보다 10배 이상 낮은 오차율과 높은 예측 정확도를 기록했고 학습 속도도 더 빨라졌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간 뇌의 신호 처리 방식과 유사한 구조를 실제 반도체 소자로 구현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이 기술은 향후 뇌신경 모사형 AI, 예측 시스템, 혼돈 신호 제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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