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월가에서 미국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중국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15일(현지 시간) 공개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미국 신뢰도가 손상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조속히 중국과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이 번영·법치·경제력·국방력 덕분에 ‘위험 회피처’로 인식되고 있지만 일방적인 관세전쟁을 벌이며 이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이먼은 “어느 누구도 자신이 100% 성공한다는 권리를 신에게서 부여받지 않았다”며 트럼프의 거친 관세 추진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 “트럼프가 ‘해방의 날’에 발표한 관세는 시장의 예상을 한참 벗어난 수준이었고 이는 미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도 큰 충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시급하게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현재 (미국과 중국 사이에) 어떤 대화도 있는 것 같지 않다”며 “기다릴 필요가 없이 당장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이먼은 미국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동맹들과 함께 해야 한다”며 “결국 유럽·영국·일본·한국·호주·필리핀과 협상해 매우 견고한 경제적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동안 다이먼은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 제조업을 살리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일정 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보여왔으나 관세전쟁이 본격화된 후에는 경제 침체 가능성을 우려하며 비판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특히 9일 TV 폭스뉴스에 출연해 “경제적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는데 해당 인터뷰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교역국을 상대로 관세를 유예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 중 하나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먼을 시작으로 월가 인사들은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며 비판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도 13일 미국 NBC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과 미국 부채 증가가 새로운 일방적 세계 질서를 초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도 “내가 대화를 나누는 대부분의 CEO가 지금 경기 침체 상태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며 “경제는 우리가 말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약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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