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해 집단 휴학했다가 올해 새 학기에 등록은 했지만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에 대해 주요 의대들이 유급 처리에 나서고 있다. 자칫 집단 유급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연세대는 7일 4학년 48명에게 유급 예정 통보서를 발송한 데 이어 15일 최종 명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고려대도 3·4학년 125명에 대한 유급 예정 통보서를 곧 보내고 인하대·전북대·전남대 등 역시 이번 주에 유급 처리를 검토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대학은 규정에 따라 학생이 수업 일수의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학점으로 처리해 유급 처분을 하고 유급이 누적되면 제적 처리를 한다.
대학들이 집단 제적을 경고하면서 전국 40개 의대생 대부분이 등록금 납부와 복학 신청은 마쳤지만 여전히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대규모 유급 사태로 내년에 세 학년이 동시에 1학년 수업을 받아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의대 교육 정상화를 전제로 내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했던 만큼 의대생들이 수업에 복귀하지도 않은 상황에서는 동결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는 내년 의대 모집 인원의 조기 확정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해체 등을 요구하며 정치적 공세를 펴고 있다. 6·3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13일 대선기획본부를 차렸고 20일에는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정부가 이미 내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고 이후 증원은 과학적 추계를 통해 결정하기로 물러선 만큼 의사들과 의대생들은 대안 없는 투쟁을 멈춰야 한다. 의협의 내년 의대 모집 인원 조기 확정 요구는 정부와 대학이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를 전제로 어렵게 만들어낸 대안을 무시하는 것이다. 국민과 환자들에게 절실한 지역·필수 의료 강화, 의료 인력 확충, 의료 사고 안전망 구축 등 의료 개혁의 대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의사 단체는 대선을 앞두고 집단 이익 챙기기에 집착할 게 아니라 의대생들을 설득해 대량 유급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막고 의료 시스템 정상화에도 앞장서야 한다. 의대생들과 전공의들도 조속히 수업에 복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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