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030200)의 위성통신 계열사가 국내 대표 인공지능(AI) 석학들을 이사회 멤버로 영입했다. AI와 위성 서비스 간 시너지 확대가 이번 인재 영입 배경이다. 조만간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가 국내에 상륙하고 아마존과 중국 기업까지 6세대 이동통신(6G) 핵심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위성통신 시장에 뛰어드는 등 국내외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자 국내 주요 경쟁자인 KT 역시 서둘러 대응에 나선 것이다.
1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KT 자회사 KT샛(KT SAT)은 지난달 말 장병탁(62) 서울대 AI연구원장과 임종인(69)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장 원장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AI연구소와 프린스턴대 뇌과학연구소 등에서 초빙교수를 지낸 국내 AI 분야 권위자다. 최근 정부 주도의 ‘K휴머노이드 연합’과 16일 출범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싱크탱크 조직 ‘성장과 통합’에 참여했다. 임 교수 역시 대통령실 사이버특별보좌관을 역임하는 등 AI 관련 분야인 사이버보안에서 대표적 석학으로 꼽힌다.
AI 전문가가 KT샛 이사회에 합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T샛은 두 사람의 이사회 참여와 자문을 통해 AI와 위성 사업 간 시너지를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임 교수는 “스타링크의 글로벌 확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위성통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KT 입장에서도 KT샛의 사업 역량 확대가 필요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KT샛 관계자는 “위성 위치와 주파수 간섭 원인을 파악하고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등 위성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AI를 활용한 위성 영상 분석 서비스에도 자문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스타링크를 필두로 한 위성통신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KT샛 역시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고도화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특히 조만간 스타링크를 통해 국내 출시되는 수백㎞에서 2000㎞ 고도의 저궤도 위성통신은 기존 3만 5000㎞ 고도의 정지궤도와 비교해 위치가 계속 변하고 다수 운용이 필요해 기술적 난도가 높은 대신 5G 지상망처럼 실시간 통신이 가능해 위성통신 이용자층을 넓히는 데 유리하다고 평가된다. 통신 거리가 짧아 지상 기지국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6G 구현을 위한 비지상망(NTN) 기술로도 주목받는다.
이에 KT샛도 정지궤도에 이어 저궤도 위성통신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다. 스타링크·원웹·리바다 등 해외 업체와 잇달아 손잡은 데 이어 최근 정지궤도와 저궤도 위성통신을 통합 제공하는 솔루션 ‘엑스웨이브원’을 출시했다. 경쟁사 SK텔링크와 LG유플러스(032640)도 스타링크와 제휴를 맺어 저비용항공사(LCC) 등 기업 고객 유치에 나선 한편 SK텔레콤(017670)은 양자암호를 적용한 위성통신 보안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밖에 한화시스템(272210)은 지난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6G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위성통신용 안테나 업체 인텔리안테크는 웬웹에 이어 텔레샛을 고객사로 확보하는 등 유관 업계의 대응도 분주해지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도 미국에서 ‘갤럭시S25’의 위성 긴급 문자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지난달 외신이 전했다. 정부는 지난달 위성통신 사업의 법적 근거를 담은 전파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며 제도를 마련하고 독자 기술 개발을 위한 3200억 원 규모의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도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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