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표 교체 이후 상장지수펀드(ETF) 1위 수성에 주력했던 삼성자산운용이 올 들어 4개월 만에 순자산을 5조 원 이상 늘리는데 성공했다. 최근 미국 관세 쇼크로 국내 증시가 극심한 변동 장세를 보이자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로부터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뭉칫돈이 유입됐다. 업계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과의 순자산 격차가 10조 원 가까이 벌어지면서 당분간 독주 체제가 이어질 전망이다.
14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삼성운용의 ETF 순자산은 71조 6668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5조 4159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 침체 영향으로 순자산이 8889억 원 감소하며 역성장한 업계 2위 미래에셋운용과의 순자산 격차도 9조 9126억 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지난해 3월 이후 줄곧 40%를 밑돌며 38%선 사수도 위태로웠던 시장 점유율은 어느새 39.2%까지 회복했다.
삼성운용은 지난해 김우석 대표 취임 이후 ETF 경쟁력 강화와 상품 다각화에 방점을 찍고 업계 1위 지키기에 총력을 다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박명제 전 블랙록자산운용 한국법인 대표를 ETF 사업부문장으로 선임함과 동시에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글로벌상품전략담당’ 조직을 대표 직속으로 승격시켰고 산하에 ‘ETF 상품개발팀'을 배치했다. 삼성운용이 올 들어 이날까지 이미 출시했거나 한국거래소로부터 표준 코드를 부여 받아 출시가 예정돼 있는 ETF는 총 8개로 미래(4개), 한국투자신탁운용(5개), KB자산운용(7개) 등 상위 4개 운용사 중 가장 많다.
고객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임해 신뢰 구축에 힘쓴 점도 눈에 띈다. 올 초 해외주식형 토탈리턴(TR) ETF 폐지 이후 전격적인 수수료 인하를 단행하며 투자자들을 달랬고, 실비용부담 논란이 일었을 당시에는 유튜브 라이브 진행과 더불어 적극적인 설명 자료 배포로 빠른 진화에 나섰다.
투자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올 들어 지난 11일까지 KODEX ETF의 누적 개인 순매수 금액은 3조 2800억 원으로 4개월 여만에 지난해 한 해 동안 기록한 6조 3400억 원의 절반을 넘었다. 올해 개인들의 ETF 순매수액 8조 9400억 원 중 36.7%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국내 운용사 중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서는 변동 장세에서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으로 몰리며 더욱 치고 나가고 있다. ‘KODEX 레버리지’ ETF의 순자산은 지난 일주일(7~14일) 동안에만 6256억 원 증가했다.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ETF의 순자산도 3166억 원 늘었다. 이는 해당 기간 순자산 증가 기준으로 국내 ETF 중 1·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파킹형 상품인 ‘KODEX 머니마켓액티브’ ETF의 순자산도 같은 기간 2000억 원 넘게 증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