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는 이제 품질과 효능을 갖춘 미국 뷰티 시장의 필수품으로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조반니 발렌티니(사진) 아모레퍼시픽(090430) 북미법인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지금 미국에는 수백만 명의 K뷰티 충성 고객이 존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발렌티니 법인장은 유니레버와 로레알·조르지오아르마니·랑콤 등 유수의 글로벌 뷰티 기업을 거쳐 지난해부터 아모레퍼시픽의 북미법인 수장을 맡아 미국과 캐나다 지역을 총괄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화장품 수출액은 17억 100만 달러(약 2조 4600억 원)로, 샤넬과 디올·생로랑 등 유명 명품 뷰티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12억 6300만 달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발렌티니 법인장은 색조 화장에 공을 들이던 미국 소비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스킨케어에 더 많은 투자를 하면서 K뷰티의 인기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 기관 칸타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색조 화장 제품 사용량은 2019년 대비 28% 줄었다. 발렌티니 법인장은 “미국인들은 한국 스킨케어 제품에 대해 혁신적이면서도 품질과 효능이 우수하고, 세련된 질감과 경쟁력 있는 가격을 갖췄다고 인식한다”고 말했다.
발렌티니 법인장은 K뷰티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친근하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도 성공 비결이라고 꼽았다. 그는 “K뷰티 관련 SNS 게시물의 평균 주간 조회수는 1억 3780만 회, 한국 스킨케어 관련 게시물 평균 주간 조회 수는 1억 4010만 회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라네즈 브랜드의 경우 미국에서만 틱톡과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총 280만 명 이상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며 “최근 출시된 ‘글레이즈 크레이즈 틴티드 립 세럼 컬렉션’의 경우 틱톡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기록적인 판매를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K뷰티는 Z세대와 알파 세대를 넘어 다양한 연령층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더 이상 가성비를 앞세우는 중저가 시장이 아닌, 프리미엄 시장에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 ‘설화수’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으며 “미국인들이 K뷰티를 점차 고급 브랜드로 인식하며 평균 소매가 100달러를 웃도는 높은 가격을 지불하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이 주목할 차기 K뷰티로는 ‘더마코스메틱(의약품 성분 및 기술 등을 접목한 화장품)’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의 더마코스메틱은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뷰티 분야 중 하나”라며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임상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과학 기반의 스킨케어와 간편한 루틴을 추구하는 경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에스트라’가 최근 세포라와 독점 계약을 맺으며 미국 시장에 진출한 것이 이 같은 트렌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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