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배터리와 군수품 등에 사용되는 광물을 풍부하게 포함한 ‘다금속 단괴(polymetallic nodules)’를 연방정부 차원에서 비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광물 생산을 독점하다시피한 중국에 대항해 자국의 광물 자급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12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 같은 내용의 행정명령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금속 단괴는 3500~6000m 심해 해저면에서 발견되는 금속 덩어리(결절)로 생김새는 감자와 비슷하다. 크기는 지름 2~20㎝ 정도지만 배터리와 군수품·전선 등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인 니켈·코발트·구리·망간과 희토류를 다량 포함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다금속 단괴는 태평양의 클라리온클리퍼턴해역(CCZ)과 인도양 등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이 가운데 CCZ가 최대 규모인 약 211억 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다금속 단괴 비축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항해 핵심 광물 자급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은 핵심 광물 50개 가운데 50% 이상을 해외에서 들여올 정도로 광물 수입 의존도가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전시 권한인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동원해 자국의 광물 생산 확대에 나선 배경이다. 러시아와의 종전 중재를 명분으로 우크라이나와 광물협정을 서두르고 풍부한 천연자원이 매장된 그린란드 편입을 추진하는 것도 광물 강국인 중국을 의식한 행보다. 중국이 미국의 잇따른 관세 공세에 대한 맞대응으로 이달 4일 7가지 희토류에 대한 대미(對美) 수출통제를 발표한 것 역시 광물 확보가 급한 미국의 조급증을 노린 타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FT는 “미국 행정부는 중국이 광물을 ‘무기화’해 미국으로 광물 수입이 끊기는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은 상대에 대한 관세율을 각각 145%, 125%로 연이어 높이며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대통령 부보좌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국장을 지낸 아시아 문제 전문가 알렉산더 그레이는 해저 광물 채취가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군사적 경쟁에서 전선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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