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출이 1원 늘면 해당 분기의 국내총생산(GDP)이 1.45원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올해 0%대 성장이 우려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추가경정예산 규모의 단기적인 경기 부양 효과를 가늠해볼 수 있는 셈이다.
13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발간한 계간 학술지 ‘경제분석’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와 김세훈 박사과정생의 ‘정부 지출의 GDP 효과 분석’ 논문이 실렸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2002년 1분기부터 2023년 4분기까지 정부 지출에 따른 GDP 영향, 즉 정부 지출 승수를 추정했다. 5가지 변수로 구성된 기존 소규모 모형의 정보 부족 문제를 보정하기 위해 변수를 25가지로 확대한 결과, 우리나라 정부 지출 승수는 1.45로 계산됐다. 분석 기간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분기까지로 좁혀도 승수는 1.23에 달했다.
정부가 돈을 풀면 해당 분기의 가계 지출이 증가하고 실업률 하락, 고용률 상승 등 노동 시장 지표가 개선되면서 단기적으로 GDP가 상당 폭 늘어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정부 지출 1원 증가는 당기 GDP를 1.45 증가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 결과는 비록 단기적이고 지속성은 떨어지지만 정부 지출이 GDP 증대를 통한 경기 부양에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은 “정부 지출 증가로 국채 금리가 상승해 오히려 경기를 수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부작용을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제시한 10조 원 규모의 추경을 연구팀 추정치를 토대로 단순 계산하면, 10조 원 추경 집행 시 올해 GDP 성장률은 약 0.5%포인트 뛰게 된다. 한은이 2월 제시한 경제 전망대로 1분기 0.2%, 2분기 1.3%, 3분기 2.0%, 4분기 2.3%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을 기록했을 때를 가정한 수치다. 다만 여러 선행 연구들은 정부 지출 승수를 1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하거나 정부 지출에 따른 GDP 반응이 음(-)의 관계를 나타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은이 자체 추정하는 승수도 1.45보다 낮은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월 국회에서 “추경을 15조~20조 원 정도로 하면 성장률을 0.2%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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