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관세 외교’를 위한 미국 방문 마지막날인 10일(현지시간) 오후 당초 순방일정에 없던 스티브 비건 전 트럼프 정부 1기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만나 변화된 한미관계와 대북 대응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비건 전 대표는 조셉 윤(현 주한미국대사 대리)에 이어 트럼프 1기 정부의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돼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2019년 1월 북한 최선희 외무부 부상과 스웨덴에서 ‘합숙담판’을 벌였던 북핵 협상가다. 이후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국무부 부장관으로 승진해 트럼프 1기 정부 외교라인의 핵심인사였다.
트럼프 1기 정부에 합류하기 전에는 미시간주에 완성차 회사 포드에서 수석부사장으로 근무하면서 포드의 무역전략과 정치적 리스크 등을 평가·감독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 지사와는 미시간대 동문이라는 연결고리가 있다.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 1기 핵심인사였던만큼 관세 문제에 대한 전략적 조언을 구하기 위한 것이 만남의 목적이었다”고 전했다.
미시간대 포드스쿨 5층 강의실에서 김 지사를 만난 비건 전 대표는 먼저 “대북정책 특별대표 시절에 한국의 경제부총리가 미시간대 출신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말씀만 많이 듣다가 여기서 뵙게 됐다”면서 반가워했다. 이어 “김 지사의 대선 출마 소식을 들었다. 축하드리고 행운을 빈다”고 전했다.
김 지사는 이에 "자동차 산업은 미시간주와 경기도 모두에게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분야“라면서 미국발 관세문제 해결을 위한 의견을 물었다.
비건 전 대표는 "지난 10년간 한국은 미국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국가 중 하나”라면서 “여전히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어느 정도는 한국 제조업체들이 이미 미국 자동차 산업의 일부가 되는 데 성공했다”면서 “현대자동차가 조지아주에서 차를 생산할 때, 그것은 사실상 미국산 자동차다. 이는 (관세를 낮추는데) 매우 설득력 있는 포인트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장이나 여론이 부정적으로 반응할 경우’를 협상 여지가 큰 상황으로 전망했다.
김 지사가 바로 직전의 일정이었던 휘트머 주지사와의 회동 결과를 설명하자 비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와 미시간 주지사가 같이 협력한다면, 세계 10대 자동차 기업들 중에 아마 톱 5 기업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회담 성과를 평가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김 지사는 “북한과의 관계가 굉장히 어려운데 현재 상황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하시느냐”고 물었고 비건 전 대표는 “김정은이 한국에 새정부가 들어서도 한국 정부와 소통 하려고 할지 의문”이라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에 변화 국면이 있어야 북한도 움직일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은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협상이 곧 이루어질 수도 있으나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협상을 할지는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미시간대 회동을 끝으로 김 지사는 이틀 동안의 미국 방문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한편 김 지사는 2박 4일 동안의 방미 기간 중 미시간주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 9곳의 임직원들과 만나 현장의 애로사항을 경청하고 이를 토대로 휘트머 주지사와 회동에서 경기도와 미시간주의 자동차 관세대응을 위한 4개항 전략적 연대 합의를 이끌어냈다. 김 지사는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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