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구조조정 여파로 미 식품의약국(FDA)이 사실상 기능 정지 위기에 처했다. FDA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인 국내 기업들은 “아직까지는 큰 영향이 없다”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FDA 인력 부족으로 임상 스케줄이나 품목허가 일정이 지연될 경우 신약 개발과 판매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 정부는 최근 운영 효율화를 위해 FDA 직원 3500명을 포함해 보건복지부 및 산하기관에서 최소 1만 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FDA의 경우 전체 직원의 20% 규모가 구조조정된다. 백신 분야 핵심 인물인 피터 막스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 국장이 최근 사임하기도 했다.
국내를 포함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는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FDA 업무 지연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FDA는 올 1일로 예정됐던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승인 결정을 마감 기한 내 내리지 못하고 사실상 무기한 연기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FDA 허가를 기다리는 국내 기업들은 “아직 지연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에 대한 FDA 허가 재도전에 나선 HLB(028300) 관계자는 "FDA는 이번 감원이 의약품을 심사하는 규제부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며 "간암 신약 재신청 및 승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2분기 조현병 개량신약 '데핍조' FDA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CMG제약(058820) 관계자는 "아직까지 FDA로부터 심사 일정 변경 또는 지연 관련 한 공식 통보는 없었다"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반변성 치료제 ‘아이덴젤트(CT-P42)’의 미국 허가를 기다리는 셀트리온(068270) 측 역시 "특별한 변화를 못 느끼고 있다"며 "일정이 지연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인력 감축이 장기적으로 FDA 의약품 심사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충분한 인력이 있었을 경우 승인 가능했던 신약들이 거절·지연될 수 있다"며 "희귀질환 개발 기업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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