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다시 장충동 국립극장으로 돌아온 국립극단은 많은 국민들이나 관객들에게 작품으로 보답해야 합니다. 다른 민간 극단에서 할 수 없는 역할을 국립극단이 해주기를 바랍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은 8일 저녁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국립극단의 국립극장 이전을 기념하는 행사 ‘국립극단, 남산에서 이어가는 연극의 미래’ 기념식에 참석해 15년 만에 이뤄진 국립극단의 귀환을 축하하며 이렇게 당부했다. 또 유 장관은 앞서 밝힌 국립예술단체들의 지방 이전 당위성을 재차 강조하고 남산 공연예술센터 완성의 의지를 다졌다.
문체부에 따르면 1950년 국립극단 창단 이래 국립극장은 국립극단의 모태이자 활동의 중심 무대였다. 이후 국립극단은 유인촌 장관이 첫번째 문체부 장관으로 재임하던 2010년 독립 법인으로 전환, ‘백성희장민호극장’과 ‘소극장 판’을 보유한 서계동 문화공간에 터를 잡았고, 2015년부터는 명동예술극장을 위탁받아 운영했다. 2023년 서계동 문화공간 일대가 복합문화공간으로 재건축(2030년 개관 예정)에 들어가면서 국립극단은 대학로 홍대 아트센터로 임시 거처를 옮겼다.
그동안 연극계에서는 국립극단이 다시 국립극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유 장관이 두번째 임기에 들어간 직후인 지난해 2월 2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설날 음악회에서 연극계 원로들이 국립극단의 국립극장으로 이전을 공식 요청했다. 이에 문체부는 국립극장 내 옛 공연예술박물관 자리에 국립극단을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국립극단과 국립극장은 이번 이전을 계기로 연간 두 편 이상의 연극을 공동 기획하고 이에 대한 우선 대관을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립극단 출신 박정자, 이호재 등 원로 배우를 비롯해 연극 관련 협회·단체, 유관 기관 관계자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모였다. 다음은 유인촌 장관의 이날 축사 전문이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 국립극단 이전 관련 축사 전문>
반갑습니다. 국립극단이 이렇게 다시 장충동(국립극장)으로 온 것이 15년 만입니다. 15년 전에 어쨌든 법인으로 독립하고 이곳을 떠나서 서계동 갔다가 서계동에서 생활하다가 다시 이렇게 돌아오게 됐는데 제 입장에서 굉장히 감개무량하고, 또 당시에 제가 처음 왔을 때 국립극단 예산이 25억 원이었다가 50억 원으로 올렸다가, 지금은 160억 원의 예산을 쓰는, 국가의 대표로서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예산의 많고 적음의 문제는 아니지만 어쨌든 15년 전에 비하면 지금은 여러가지로 그릇은 굉장히 커졌고 그에 걸 맞는 좋은 작품으로, 이제 다시 장충동에 둥지를 틀었으니까 많은 국민들이나 관객들에게 이제 그런 작품으로 보답해야 하는 그런 시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근래에 많은 변화, 그런 발표도 하고 또 국립예술단체들 지역(지방)으로 이전하는 계획도 발표하고 그래서 상당히 술렁거리기도 하고, 또 비판하는 분들은 준비도 안됐는데 왜 자꾸 지역으로 가느냐 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제 준비를 하는 겁니다, 그래서 내년부터나 돼야 내려갈 겁니다.
다만 국립극단은 안 내려가고 장충동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계속 극단의 역할을 하게 되고요. 대신 지역에 제2, 3, 4의 국립극단이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본부가 안 내려가는 대신에 지역에 훨씬 더 많은 극단을 만들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외에 다른 오페라단, 합창단, 심포니오케스트라, 무용단, 발레단 등 이런 부분은 지역으로 전부 다, 내년도 예산에 새롭게 편성하면서 지역 문화균형 발전에 확실한 역할을, 씨앗을 심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지역을 키우지 굳이 서울서 내려가야 되나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데 지역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지역에 예술단을 하나 창단하려고 해도 거기에 관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본부가 내려가서 그 지역에 새로운 예술의 생태계를 만들어내야 된다. 이번에 서울예술단이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가는 것을 발표하니 광주에 있는 전남대, 조선대, 호남대 이 대학 관련 학과의 학생과 교수님들이 너무 좋아하고 있어요.
결국은 그 지역에서 열심히 공부한 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와 역할을 할 수 있는 단체가, 그것도 국립이라는 이름이 붙은 단체가 그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오히려 서울에서 그쪽에 내려갈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하게 만들고 싶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평생, 다 마찬가지겠지만 연극계 원로 선생님들이나 또 정말 무대를 지켜온 거잖아요. 그래서 무대 자체가 요즘 인공지능(AI) 시대라고 해서 수업이 많은 환경이 변하고 아마 아날로그로 이야기하고 우리가 무대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은 그런 기술의 발전이나 과학의 발전이 아무리 해도, 이 부분이 변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런 환경의 변화와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 영향을 받으면서도 우리 이 자리에 계시는 원로 선생님들이 지켜온 무대에서의 정신과 가치가 우리 젊은 후배들에게 잘 전해질 수 있도록 그 역할을 정신적 지주로서 국립극단이 해야 한다, 민간에서 하지 못하는 것을 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예술적으로 민간에서 할 수 없는 역할을 꼭 국립극단이 해주기로 바랍니다.
저 역시 평생 경쟁과, 정말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배우로서, 또는 극단의 대표로서, 기획자로서 정말 수없이 그 과정을 거치면서 찬바람·비바람 다 맞으면서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사실은 안정된 생활은 못해보고 여기까지 온 거지요. 그래서 그 치열한, 제가 예술가로서의 정신은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립극단은 정말 치열하게, 수없이 많은 다른 민간 단체, 또는 외국의 어떤 단체와도 경쟁을 통해서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극단으로, 이 장충동에서 거듭나주시기를 부탁을 꼭 드리겠습니다.
사실은 남산 (국립극장) 건너편에 있는 자유센터, 작년에 나름대로 기획도 하고 예산도 올리고 저희들이 그곳을 제2의 국립의 둥지로 만들려고 계획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하여간 반대하는 분들이 계셔서 진도가 생각만큼 못 나갔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 자리에 계신 분들도 그러한 것을 계속 마음에 갖고 계시고 계속 이야기를 해주시고 그래서 여기 장충동이 완전한 공연예술센터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시기를 부탁 드리겠습니다.
제가 내년도 예산까지 다 정리하고 떠날 것이기 때문에 내년 예산에도 또 반영해 자유총연맹 그 자리가 공연예술센터로 이 국립극장과 함께 쌍두마차가 될 수 있도록 한번 잘 만들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너무 길게 말씀드린 것 같은데 오늘 와주셔서 너무 고맙고, 다행히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이나 직원분들이 여기 오신 것을 굉장히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이 정말 꽃피우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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