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생산·소비·투자 등의 주요 경제지표가 7개월 만에 동반 상승했다. 하지만 숙박·음식점업의 생산 등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냉골인 것으로 나타나 정부가 제시한 1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빠르게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월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전산업생산은 전달 대비 0.6% 증가했다. 소매판매와 설비투자도 같은 기간 각각 1.5%, 18.7% 늘었다. 산업 활동을 나타내는 3대 지표가 일제히 증가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다.
먼저 전산업생산을 분야별로 보면 광공업 생산이 전자 부품(9.1%) 등 제조업(0.8%)을 중심으로 전달 대비 1.0% 늘었다. 건설업 생산은 건축(-2.2%)에서 실적이 줄었지만 토목(13.1%)에서 증가해 1.5% 늘었다. 서비스 소비를 보여주는 서비스업은 정보통신(-3.9%) 등에서 줄었지만 도소매(6.5%), 금융·보험(2.3%) 등에서 늘며 전달보다 0.5% 늘었다.
소매판매지수는 승용차(13.5%) 등 내구재(13.2%) 중심으로 판매가 늘면서 플러스로 돌아섰다. 승용차 판매는 보조금 집행 영향으로 2020년 3월(48.6%)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자동차 등 운송 장비에서 투자가 늘면서 전달보다 18.7% 증가했다. 여기에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 변동치도 0.1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이를 경기가 살아나는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월 엿새에 달했던 설 연휴 영향으로 기저 효과가 발생해 일종의 착시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여전히 미국 관세 부과 등 경기 하방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밑바닥 경기가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민생과 직결되는 2월 숙박·음식점업의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3.8% 줄면서 지난해 2월 이후 1년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숙박·음식점업 생산은 전달과 비교하면 3.0% 줄었는데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이 남아 있던 2022년 2월(-8.1%)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실제 숙박·음식점 업종에 몰려 있는 상당수 영세 자영업자들은 정부 지원에 기대 간신히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소상공인의 택배 및 배달비 지원 사업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 사업에 올해 2037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기재부의 재정사업 상반기 신속 집행 기조에 따라 1분기 80%의 집행률을 달성했다. 중기부의 한 관계자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원금을 자영업자들의 계좌로 꽂아주는 실집행률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고 부연했다. 대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신청이 조금만 늦어도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에 부랴부랴 신청서를 내 간신히 지원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 등을 위해 10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공식화했지만 실제 집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난 여야 원내대표는 팽팽한 신경전만 벌일 뿐 구체적인 논의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0조 원의 추경은 민생과 경제를 살리기에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추경 편성을 요구한 게 몇 달 전인데 아직도 세세한 추경안을 마련하지 않는 정부의 무책임에 황당함을 넘어 분노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은 전체 추경 금액을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추경 편성을 실기한 것은 잘못이지만 지금은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라 집행을 서두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추경 편성이 더 지체될 경우 우리 경제가 상당한 성장률 훼손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은 최근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2%로 끌어내렸으며 국회 예산정책처도 이날 기존 2.2%에서 1.5%로 낮춰 잡았다. 예정처는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까지 기존 2.1%에서 1.9%로 0.2%포인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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