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을 소화시키고 에너지를 만들며 유전정보까지 복사하는 생명체 필수물질인 효소가 마치 일상의 기계과 비슷하게 작동하고 고장난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향후 효소의 기능 저하에 따른 각종 질환을 치료할 단서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츠비 틀루스티 특훈교수와 일라이셔 모지스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박사 공동 연구팀이 효소 내부의 점탄성이 효소의 생물학적 기능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규명했다고 31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피직스’에 28일(현지 시간) 게재됐다.
점탄성은 스프링처럼 변형을 복원시키는 성질이다. 기계의 완충 장치가 망가지면 기계가 고장나듯 효소도 이 같은 점탄성을 잃으면 기능을 상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효소의 점탄성을 담당하는 ‘고변형 영역’을 찾아낸 후 해당 영역을 돌연연이로 만들어 기능을 떨어뜨리는 실험과 단백질 구조 예측 인공지능(AI) ‘알파폴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효소를 구성하는 207개의 아미노산들 중 한 1개만 바꿔도 효소의 활성이 50% 이상 감소했다.
틀루스티 교수는 “효소를 단순한 화학 반응 도구가 아니라 유전자가 정교하게 설계한 소프트 나노 기계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효소의 기계적 특성이 생명의 정밀성과 효율성을 끌어낸 진화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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