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지난달 미국인들이 식음료·여행 소비를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는 소비가 늘었지만 관세 부과 전 막판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전반적으로 소비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어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31일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가계의 개인소비지출(PCE)은 878억 달러 증가하며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2월 PCE 총액을 연 환산할 경우 20조 4400억 달러다. PCE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70%를 차지할 정도로 미 경제지표에서 중요하다.
지표상으로 보면 소비가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세부 항목을 보면 단언할 수 없다. 미국 소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식료품 및 여행 소비액이 전월 대비 150억 달러 줄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내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가장 먼저 줄일 수 있는 외식 및 여행 지출을 줄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인들의 소비 심리 위축도 확인된다. 3월 미시간대 소비자 심리 확정치는 57을 기록해 2022년 말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지난달 자동차 구매액은 전월보다 127억 달러 늘었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음달 3일부터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가격이 치솟을 것으로 보이자 미리 구매하려는 수요가 몰린 결과라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번 자동차 관세로 인해 미국 내 수입차 가격이 5000달러에서 1만 5000달러(735만~2205만 원)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수입차와 국산차를 모두 포함한 차 가격은 평균 8000달러(1176만 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가격 인상이 본격화하면 미국인들이 지갑을 닫을 것으로 전망되며 이 경우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국내 경기의 하강 리스크는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전월보다 증가하는 ‘트리플 플러스’가 나타났다. 다만 이는 1월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변수가 작용한 것으로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실제로 숙박·음식점업은 전월대비 3.0% 줄며 2022년 2월(-8.1%)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밑바닥 경기는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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